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현대그린푸드가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로 재무통 이진원 전무를 배치했다. 숫자에 밝은 인물을 앉혀 그룹차원에서 굵직한 투자를 주도하고, 계열사에 효과적으로 자본을 재분배해 지주사 체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분석된다.
현대그린푸드는 2일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에 이진원 전무를 선임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각각 인적분할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추후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회사인 현대그린푸드를 신설한다. 사업회사 현대그린푸드(신설) 수장은 기존 현대그린푸드 박홍진 대표가 맡는다.
이 대표는 경영관리와 숫자에 능한 인물이다. 1966년생인 이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한무쇼핑 관리담당, 현대리바트 운영지원사업부 부장, 현대그린푸드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분할 전 현대그린푸드 곳간을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대백화점그룹 2023정기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고 입지가 한층 커진 데 이어 대표이사 타이틀까지 확보하게 됐다. 어깨가 무거워진 이 대표는 지주사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과제를 수행할 전망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이끌어갈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이 대표 외에 이종근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전략실장(전무)이 사내이사에 위치한 점이 눈에 띈다. 비록 현대백화점은 지주사 전환에 실패했지만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계속 이어가는 만큼 양사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지주사 체제 도입이 계열분리 수순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사업회사 현대그린푸드를 이끄는 박 대표도 현대지에프홀딩스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 체제에서 지주회사는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투자 등을 담당한다.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것부터 자금조달, 인수합병(M&A) 등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한다. 계열사가 원활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가령 투자가 필요하거나 운영자금이 부족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주사가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금을 수혈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계열사 지원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한 만큼 지주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캐시플로우를 내다봐야 한다. 아울러 무분별한 자금 지원은 지주사의 재정상태를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재분배 역량이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재무건전성 관리도 필수적이다. 지주사는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액을 보유할 수 없는 등 재무 관리기준도 엄격하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계열사 지분정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규제에 맞춰 상장 자회사인 현대이지웰(28.3%)과 현대홈쇼핑(25%)의 보유 지분율을 최소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때 장내·외 직접매수 혹은 지분 스와프딜 등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숫자에 능한 이 대표를 선임한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