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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관심두던 동원, 바이오 '야심' 드러냈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참전…김재철 명예회장 '과학기술' 확보 주문, AI·2차전지 투자 연장선

최은진 기자  2023-02-10 11:15:18
동원그룹이 바이오사업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다. 창업자 김재철 명예회장이 카이스트에 사재를 출연할 정도로 과학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바이오 사업 진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 SI 투자 추진…이종산업 확장 전략

동원그룹의 단일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보령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보령바이오파마'의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이번 딜(Deal)은 삼일PwC를 매각 주관사로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100%가 대상이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지분 69.3%를 보유한 보령파트너스다. 보령파트너스는 보령그룹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 개인회사다. 업계서 파악하는 거래금액은 6000억원 안팎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업계서 나오는 얘기가 틀린 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야심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참치 등 수산사업을 기반으로 F&B·물류·항만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최근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도 그리 놀라울 건 없다는 업계 반응이 나왔던 것도 같은 F&B 포트폴리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원산업의 이종산업에 대한 갈망은 2021년 2차전지 소재 기업인수에서 나타났다. 동원그룹 포장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가 2차전지용 케이스를 제조하는 엠케이씨 지분 100%를 160억원에 사들였다. '종합 최첨단 소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였다.

◇동아쏘시오·에스티팜 '주식투자'에 수백억 집행…과학기술 확보 '관심'

이 같은 행보는 2019년 경영서 은퇴한 창업자 김재철 명예회장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평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과거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 내 'AI전담조직'을 신설했던 건 물론 김 명예회장의 사재로 카이스트(KAIST)에 5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김 명예회장의 평소 관심이 그룹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이종산업 진출을 고민하던 즈음 동원그룹이 제약주식을 투자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과거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2020년 동아쏘시오홀딩스 7580주, 2021년 에스티팜 36만8964주를 투자했다. 각각 7억원, 500억원 규모로 적잖은 투자금이 집행됐다. 주로 자금운용은 MMT(특정금전신탁)을 활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액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당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 명예회장은 물론 경영승계를 한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각각 미등기 및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만큼 오너일가의 의사결정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입장에서 보령바이오파마는 바이오 사업을 진출하는 첫 스텝으로 나쁘지 않은 의사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은 여러 계열사가 있는 만큼 신사업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결요건으로 보는 게 '실적'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매년 1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소 수익성이 떨어지는 백신 사업이 메인이긴 하지만 일단 매출을 내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새로운 바이오 사업을 모색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보령제약으로부터 올리는 매출이 약 200억원 안팎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 물량이라는 점는 수익성 측면에서 상당한 한계로 꼽힌다. 민간 부분 유통은 보령제약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영속성 측면에서 의문점을 갖는 시각도 있다.

동원그룹 내부에 바이오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바이오 사업 진출의 전열을 갖추는 차원에서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 뛰어들긴 했지만 충분한 숙고 과정을 거쳤는 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바이오 사업을 진정성 있게 끌고갈 의지와 진정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이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외에 따로 인력은 없다"며 "바이오 사업 관련해선 지금으로선 공식적으로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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