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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순이익 가이던스 '4.9조' 등장

당국 관계 속 가이던스 미공개 불문율…서영호 CFO "부코핀 충당금 감안하면 가이던스될 것"

김서영 기자  2023-02-09 07: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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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금융지주회사들은 기업설명회(IR) 컨퍼런스 콜에서 순이익 가이던스를 밝히지 않는다. 실적 발표뿐만 아니라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금융지주 사이에서 '불문율'로 통한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도 순이익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는다.

내부에는 순이익 가이던스를 세우고 있으나 외부로 밝히지 못하는 게 금융지주들의 속사정이다.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국내 다수의 대기업은 매년 연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발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대기업은 자본적지출(CAPEX) 등 현금흐름 계획도 밝히기도 한다.

순이익 가이던스를 발표하지 못하는 건 금융지주와 금융당국의 관계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 등 자산 성장 목표치를 시장에 발표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예컨대 금융당국에서 대출 규모를 줄이라는 메시지를 내놓는 가운데 금융지주가 대출 증가 목표치를 세울 순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이 아니더라도 순이익 가이던스를 밝힐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순이익 자체가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경쟁사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금융지주 컨콜에서 연간 가이던스를 묻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없다.

지난 7일 있었던 KB금융 '2022년 연간 실적 발표' 컨콜에서 눈에 띄는 질의응답이 나왔다. 올해 KB그룹의 순이익 가이던스를 추정할 만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JP모간 애널리스트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부코핀 은행이 언제쯤 그룹 이익에 기여할지 궁금하다"며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매출 성장 폭이 약한 것으로 보이는데 2023년 가이던스가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었다.

서영호 KB지주 재무총괄 부사장(CFO·사진)이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재무 상황에 대해 설명한 뒤 조남훈 KB지주 글로벌사업그룹장(전무)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어서 김재관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장(CFO·부행장)이 국민은행의 경영 전략을 설명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서 부사장은 "2023년 가이던스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순이익 가이던스를 안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그렇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올해 이익 전망은 대단히 밝고 부코핀에 관한 선제적 충당금이 없었다면 4조9000억원이 넘는 수준이 가능했을 텐데 이게 충분한 가이던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사장이 언급한 '4조9000억원'은 어떻게 추산된 수치일까. KB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전년(4조4096억원)과 비교해 소폭 증가했다.

여기에 일회성 대손충당금을 더해볼 수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일회성 대손충당금은 모두 6910억원 규모로 여기에는 부코핀 은행을 포함한 해외 자회사에 대한 충당금 5696억원이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총액은 1조607억원이다.

2023년 실적이 2022년 수준을 유지하고 부코핀은행에 대한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이 없다면 5000억원 수준은 충분히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KB금융은 또 다른 컨퍼런스 질의응답에서 "부코핀은행은 2025년에는 흑자를 내고, 2026년부터는 ROE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국민은행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동시에 앞으로 부코핀 은행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김 부행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고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대기업 대출이 감소해 대출 증가율은 낮아질 수 있겠으나 실수요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며 "올해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이 담보된 일관된 재무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출처: KB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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