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을 시작한 뒤 실적과 관계없이 배당금의 절대 금액을 동결하거나 확대하는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배당금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온 만큼 주주들은 매년 플러스(+) 수익률을 얻었을까. 총주주수익률(TSR)이 내놓은 답은 '아니오'다.
◇주주친화 정책에도 '들쑥날쑥' TSR…주가흐름 연동
주주들의 이익은 배당에 앞서 주가 상승을 통해 이뤄진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배당이 확대되는 동안 뜨뜻미지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배당은 주주친화적이지만 주가가 낮아졌다면 투자금 대비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가등락률과 배당수익률을 모두 반영한 TSR을 따져보면 주주들의 실제 수익률을 알 수 있다. TSR은 주주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며 얻은 총 수익률을 뜻한다.
현대글로비스의 TSR은 배당정책·배당금과는 무관한 흐름을 보여온 것으로 보인다. 배당금 총액은 상승해왔지만 TSR은 음극과 양극을 오갔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기초 시가총액이 기말 시가총액 이상이었던 해가 여섯 해로 절반을 넘는다.
들쑥날쑥한 TSR의 흐름과 연동되는 것은 그만큼 등락을 거듭했던 주가다. TSR을 기준으로 주주들이 투자금 대비 손실을 봤던 2015년과 2016년, 2017년, 2018년과 2021년, 2022년 모두 기초 시가총액이 기말 시가총액을 눌렀다.
◇'전년대비 50% 인상' 파격 배당에도 TSR 마이너스 흐름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개년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연말 결산 배당금을 역대 최대치로 책정했다. 새로운 3개년 배당정책은 매년, 전년도 주당배당금(Dividends Per Share) 대비 5~50%씩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요지는 실적이 줄어들더라도 5% 이상, 최대 50%까지 배당금을 조건없이 확대한다는 것이다.
배당정책에 따라 2022년 연말결산 기준 배당금은 이미 전년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이뤘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5700원으로 2021년 대비 배당정책의 최대치인 50% 확대를 반영했다. 총배당금액은 2138억원이다.
이번에는 파격적인 배당정책이 TSR을 끌어올렸을까. 2022년의 TSR은 -1.91%로 산출된다. 2021년 TSR은 -9.58%로 전년대비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TSR이 개선된 배경도 배당보다는 기초 시가총액과 기말 시가총액 차이가 전년대비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첫 거래일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17만2500원이다. 마지막 거래일의 주가는 16만3500원으로 한해 동안 주가는 9000원(5.22%)이 줄었다. 전년인 2021년의 첫 거래일 주가는 19만원, 마지막 거래일 주가는 16만8000원으로 11.58%가 축소됐다.
만약 고배당 정책 만으로 주주들의 수익률을 플러스로 바꾸려면 배당총액은 얼마나 커져야할까. 주가 흐름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할 때 TSR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은 배당금이 3400억원을 넘어선 때다. 배당성향은 28.50%로 최근 10년간 배당성향이 가장 높았던 2015년과 2018년 수준이다.
배당금 만으로도 TSR 상승은 가능하지만 지난 10년간의 레코드를 염두에 둘 때 주가부양이 주주 수익률 상승의 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연착륙이 목표라면 주가부양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에 신임 이규복 대표를 선임하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부양책을 펼치고 있지만 주가로 바라본 시장의 반응은 아직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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