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에만 5조원 이상의 재고자산을 줄이면서 매분기 치솟던 재고부담이 한풀 꺾였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판매가격이 크게 떨어진 와중에 재고를 밀어낸 탓에 메모리 사업부는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디램(DRAM)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2달러대가 무너지면서 올해 1분기에도 약세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번 1분기에 실적 저점을 찍은 뒤 3분기쯤에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강도 재고조정, 낸드는 재고자산평가손까지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재고자산은 52조1879억원으로 전분기(57조3198억원)대비 5조원 넘게 줄었다. 2021년 말 삼성전자의 재고는 41조3844억원에서 지난해 들어 계속 증가해 57조원까지 늘었으나 이번에 상당분을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의 생산량을 줄여 재고수준 조절을 단행했다. 작년 3분기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은 75.4%, 휴대폰(HPP)은 72.2%로 3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해 1분기만 하더라도 각각 84.3%, 81% 수준이었다.
문제는 반도체의 경우 제조공정 특성상 가동률을 낮추기가 어렵다. 반도체 공장은 하루 24시간, 1년 내내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체제라 한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을 시작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 그러다보니 판가를 낮춰 고객사에 물량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재고를 터는 경우가 많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적자 전환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까지 발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 급락은 재고축소 의지를 가진 고객들에게 물량을 밀어내다 보니 큰 폭의 가격인하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고객사들이 과잉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는 반도체 판가 및 실적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램·낸드 올 1분기 저점, 3분기 반등 기대에 흑전 가능성 달려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자체가 올 상반기에도 다운턴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디램 가격은 2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다. 낸드플래시 역시 지난해 6~10월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현재는 4.14달러로 바닥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 중 하나인 인텔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2% 급감했으며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인텔 측은 올 1분기에도 매출은 회복되지 못하고 저점을 찍을 것이란 가이던스를 내놓았다.
마이크론은 디램과 낸드플래시를 20% 이상 감산하고 올해 설비투자를 3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심지어 인력의 10%를 감원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놨다. SK하이닉스도 투자규모를 50% 이상 줄이고 저수익성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보다 기존 라인들에서 장비를 보수하고 재배치를 하며 R&D용 엔지니어링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는 등 자연적 감산을 모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양산 웨이퍼 투입량과 처리량이 감소한다. 레거시 공정을 최첨단 공정으로 급격히 전환할 경우 전환기간도 오래 걸리고 초기수율 부진시기에는 생산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삼성 반도체의 작년 말 재고수준을 디램 11주, 낸드 16주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 침체에 따라 올 1분기는 실적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다만 3분기쯤에는 내년부터 발생할 구조적 공급부족에 대한 기대감과 기존 재고로 대응 불가능한 서버용 DDR5 시장의 개화 등으로 메모리 가격 반등이 전망된다. 이때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도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