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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 무감산 공방

메모리 '감산설' 둘러싼 쟁점 세 가지

①가격안정 vs 점유율 확대, 고려 사안 많은 업계 1위 삼성전자의 고민

김혜란 기자  2023-01-31 08:51:18

편집자주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일관되게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감산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인위적'이란 모호한 단어를 쓴 탓도 있지만, 삼성의 감산 발표가 메모리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 거란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삼성은 왜 무감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일까, 아니 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하반기 업황 반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감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감산 이슈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짚어본다.
'반도체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감산'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 하락 추세가 시작되자 메모리 업체들은 일찌감치 감산을 결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만은 달랐다.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사들이 감산계획을 발표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생산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런데도 감산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삼성전자의 무감산 전략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쟁점을 짚어본다.

◇삼성의 감산=가격 안정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에 주목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시기에는 1등 업체가 공급을 줄이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메모리 업황 반등의 조건 중 하나로 삼성전자의 감산을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공급을 줄이지 않는다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 감산에 들어간다고 해서 메모리 가격이 확 오를 리는 없다. 그러나 1등 업체가 공급을 덜 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황 반등 시점을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수요자들이 구매를 안하는 이유는 앞으로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감산한다고 발표하면 이제부터 가격이 오를 거라고 보고 지금 가격에 사야한다고 생각해 수요가 늘 것을 업계는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컨퍼런스콜에서 탄력적 운영까지는 언급할 수 있어도 '감산'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삼성 역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을 입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가 작년 4분기부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주요 증권사는 추정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메모리 부문은 재고조정 과정에서 가격 하락폭 확대(D램 -31%, 낸드 - 27%)되며 소폭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S(반도체) 부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낸드 사업부는 사업부는 재고평가손실을 포함해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제품군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보다 20~25% 하락했는데 올해 1분기(1~3월)에도 13~18% 추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낸드의 1분기 가격은 작년 4분기(20∼25%)에 이어 10∼15%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무감산 전략, 1등 기업의 치킨게임인가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무감산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설 투자 감축 계획에 대한 질문에 "(투자를)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에 29조100억원을 투자했는데, 4분기 약 18조원을 더 들이기로 했다. 연간 총 47조7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시설투자액 약 43조6000억원보다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에 나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등 기업의 경우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늘려 경쟁사들이 감산에 돌입한 틈에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업황이 좋지 않지만 '상저하고' 흐름으로 가고 있단 전망이 많아 하반기부터는 좋아질 테니 시장점유율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멈췄던 데이터센터 증설이 올해부터 재개되고 인텔의 DDR5 기반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사파이어래피즈가 출시되면서, CPU 교체수요와 함께 DDR5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런 수요에 대비해야 한단 복안도 있을 수 있다.

◇감산시 낸드 시장점유율 흔들 가능성은 없을까 ?

특히 부담이 큰 쪽은 낸드 사업부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결과 40.60%(작년 3분기 기준)다. 3개 업체의 독과점 체제가 확고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개사의 점유율이 95%가 넘는다.
2022년 3분기 기준. (자료=트렌드포스)


하지만 낸드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31%(트렌드포스 지난 3분기 조사결과 기준)로 시장점유율 1위지만, 그 뒤를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 웨스털디지털, 마이크론 등 여러 기업이 점유율을 10%대 이상으로 나눠 가지고 있다. 특히 문제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설이 부각되고 있단 점이다. 두 기업이 합병하면 점유율이 30%대로 뛰어올라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규모 M&A가 줄줄이 무산된 것을 보면 합병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이런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지금 낸드 생산량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1등 자리를 지키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앞선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낸드는 내부적으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감산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낸드에서는 생산량을 줄이기는 어렵고 줄일 거였으면 차라리 플레이어가 몇 곳 없는 D램을 감산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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