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動力)과 이동 수단의 발전은 언제나 산업 혁신의 중심을 차지한다. 자동차와 열차, 항공 등의 성장은 자체적인 산업은 물론 부수적인 사업군을 탄생시키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현재는 어떨까. 동력과 모빌리티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를 필두로 전기 모터와 배터리, 자율주행 기술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화학과 통신, 디스플레이 등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해지면서 분야별 전문기업 역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가 기존 산업군의 결합은 물론 새로운 사업군까지 탄생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국내 주요 통신 사업자 중 한 곳인 LG유플러스가 전기차 또는 커넥티드카 사업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마무리된 CES 2023에서는 LG전자와 함께 PQC를 적용한 전장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충전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 계열사인 LG헬로비전(옛 CJ헬로)과 함께 초석을 다지고 있다.
◇헬로비전 미래 가치 고평가, 인수가 66% 영업권LG유플러스는 지난 2019년 12월 LG헬로비전의 지분 50%+1주 인수를 마무리하며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네트워크 인프라 공동 구축과 콘텐츠 개발, 인터넷 결합상품 등을 통해 유무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지분 인수에는 8000억원이 투입됐다. 자금 조달 방식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차입금 등을 활용해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인수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이런 LG유플러스의 노력은 LG헬로비전 인수후 공개된 영업권 산정 내역에서 엿볼 수 있다. 영업권이 인수가의 66%에 달하는 규모인 5134억원으로 계상됐기 때문이다.
영업권은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M&A(인수합병)가 이뤄질 때 기업의 영업 노하우와 브랜드 인지도, 미래 경제적 효익 등 장부에는 잡히지 않는 무형자산의 가치가 반영된다.
인수가의 절반 이상을 영업권으로 설정했다는 대목은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의 성장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래 경제적 효익의 측면에서 볼 때 LG헬로비전이 보유한 브랜드 가치와 사업 노하우 등의 가치를 높게 봤다는 얘기다. 실제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설비 공유와 같은 시너지 효과로 영업권이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권은 무형자산의 한 종류로 경영권 프리미엄과 비슷한 개념이다"며 "M&A 등으로 발생한 영업권은 더 이상 늘지는 않으며 손상이 발생할 경우 손실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은 현재 LG유플러스가 추진 중인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에 브릿지 역할도 하고 있다. 이미 2018년 ESS(에너지저장치)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듬해 7월에는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어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에 힘썼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12일에는 LG유플러스에 전기차 충전 관련 유무형자산 등 사업 일체를 양도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 '포트폴리오' 재편LG헬로비전이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 당시 내세운 컨셉은 '생활밀착 충전소'다. 기존 케이블TV 고객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 및 공동주택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 방송통신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게 골자였다.
이를 위해 국내 1호 전기차 충전사업자 '포스코 ICT'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2019년 3월 '포스코 ICT 컨소시엄' 공동 수급자로 전기차 완속 충전사업자에 선정되며 자체적인 충전소 구축에 힘썼다. LG유플러스에 인수된 이후에도 관련 사업은 지속 추진됐다.
이러한 LG헬로비전의 인프라는 LG유플러스의 전기차 충전 사업 확장에 초석이 됐다. LG유플러스가 내년 상반기 중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최근 관련 사업에 필요한 유무형자산 등 일체를 양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금액은 회계 법인과 감정 평가 법인 평가에 따라 37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를 통해 향후 전기차 충전 플랫폼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영역은 LG유플러스가 담당하게 된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투자에 필요한 재원 확보와 관리 차원에서 LG유플러스가 효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헬로비전은 강점인 지역 중심 영업과 설치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의 전기차 충전 사업은 지난해 말에 론칭한 '볼트업(VoltUp)'서비스에 집중될 예정이다. 볼트업은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검색과 예약, 결제 등 전기차 충전 관련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조직 주도로 전기차 충전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2023년 조직개편에서는 전담 조직인 'EV충전사업단'을 신설하며 사업 확장의 의지를 내비쳤다. EV충전사업단의 수장인 현준용 부사장은 LG유플러스에서 서비스개발실장과 융합서비스부문장, 홈플랫폼추진단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