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9일 주당 최고 14만8500원의 주가를 기록하며 약 반년 기준 장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 초 우울한 주가를 기록했던 삼성전기는 같은 분기 말부터 반등에 성공하며 새해에는 우상향을 거듭 중이다. 상승세 배경은 주요 매출 지역인 중국의 리오프닝(국경 재개방)에 이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 모듈 등 주력 사업의 실적 회복 기대에 따른 것이다.
통상 삼성전기의 주가는 MLCC 업황과 연동된다. 이는 더불어 중국 경제 및 산업 시황과도 연결되는데, 중국이 글로벌 MLCC 비중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탓이다. 따라서 이번 밸류 반등은 향후 삼성전기의 영업실적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한편, 중국 IT·스마트폰 시장 의존도를 재확인하는 순간이 됐다. 추후 비슷한 상황에서의 사업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2조원을 투자한 반도체 기판과 전장용 카메라 모듈 사업의 확대가 올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국 리오프닝에 우상향한 주가, 7개월만 기준 장중 최고가 경신삼성전기 주가는 9일 오전 주당 최고 14만85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16일 기록했던 주당 15만원 이후 7개월 기준 장중 최고가다. 전년 3분기 말 장중 최저 주당 10만8500원을 기록해 우울하게 4분기를 맞았던 삼성전기 주가는 11월 급등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새해 들어 연거푸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주식시장 첫 개장인 2일부터 삼성전기 주가는 주당 최고 13만4500원, 종가 13만2500원을 기록했다. 전년 증시 마지막 폐장일인 지난달 29일의 종가 13만500원 대비 제법 올랐다. 이후 주당 종가는 3일 13만9500원, 4일 14만3500원, 5일 14만5000원을 기록해 차트를 거슬러 올랐다.
지난 6일 주당 종가가 14만3500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새해 첫 주 동안 전체적으로 주가가 1만5000원 이상 반등하며 저점이 크게 높아졌다. 증권가는 우상향 중인 삼성전기 주가 추이의 배경을 지난 1월 8일부터 본격화된 중국 리오프닝의 기대 영향으로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주가는 MLCC 업황과 연동되는데, 주요 거래처가 중화권 IT업체"라며 "중국 IT제품 수요가 올해 양호하다고 언급하긴 어려우나 기저 효과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수요 감소 원인이었던 재고 소진과 코로나 봉쇄 정책이 올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업 환경 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력 사업 회복 기대, 중국 IT·스마트폰 의존도 재확인 명암중국 리오프닝이 자리 잡으면 그동안 억압됐던 소비심리가 폭발하고 해외입국자도 늘게 된다. 중국 기업과 글로벌 산업의 거래선도 재연결되는 만큼, 스마트폰 및 IT·가전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삼성전기의 MLCC 및 카메라 모듈 수요도 비례해 회복될 공산이 크다. 증권가 및 재계는 중국 시장의 정상화 시점을 빠르면 2분기 이후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3분기, 2021년 연결 누적 매출에서 7조4561억원, 9조675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MLCC를 주력으로 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의 비중은 각각 44.25%(3조2991억원), 49.32%(4조7718억원)으로 과반에 근접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부진했지만, 통상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양은 50% 내외로 추정된다.
샤오미 등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까지 따지면 중화권발 매출 규모는 더 크다. 당장 2021년 기준으로 최대주주이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때, 최대 매출처는 샤오미로 전체 매출액의 10.4% 수준이다. 삼성전기도 중국에 △천진 △고신 △동관 △쿤산 등 4개 생산법인을 운영하며 높은 현지 수요에 대응해왔다.
다만 삼성전기는 최근 주가 등락으로 중화권 특히 중국 내 IT 및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재확인한 셈이 됐다. 중국 리오프닝 전망이 빗나가거나 지연되면, 실적과 주가가 다시 급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점적으로 투자 중인 반도체 기판 사업과 전장용 카메라 모듈의 빠른 거래선 확대가 중요한 이유다. 기판 사업과 연결되는 서버 산업과 전장용 카메라 모듈의 도착지인 완성차 산업은 스마트폰 대비 매출 변동성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