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캐시플로 모니터

국제 LPG값 하락세...E1 현금흐름 호재될까

운전자본 경감 예상...선도계약 체결돼 낙관은 어려워

이호준 기자  2023-01-03 10:51:18
E1
'LPG가격 하락=현금창출력 확대'라는 일반론이 있다. 매출액은 감소하지만 그만큼 운전자본 부담이 줄어 기업에 유입되는 현금 자체가 늘어난다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원료(프로판·부탄 등) 가격 하락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손실 등 LPG 수입 업체들의 수익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LS그룹의 LPG 유통기업 E1의 사정이 그렇다. 국내 2위 업체인 E1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LPG가격 급등 속에 재고자산·매출채권 증가 등 운전자본 확대로 현금창출력이 축소돼 왔다. 최근 LPG가격 하락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했지만 해외 고객과 맺은 선도계약들이 있어 오히려 가격 변동에 따른 평가 손실을 볼 수 있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 '음' 전환

E1은 올해 3분기까지 약 26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고 있다. LS그룹에 편입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의 EBITDA를 기록 중이다. EBITDA는 이자비용과 세금, 감가상각 비용 등을 차감하기 전 순이익으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지난해부터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LPG 국제가격(CP)도 따라서 오른 덕이 컸다. 통상 CP는 국제 유가에 연동된다. 실제 1000달러선을 위협했던 지난해 4월 부탄가스와 프로판 가스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67%, 81%나 오른 상황이었다.

LPG 가격 상승분이 점진적으로 판가에 반영되면서 E1이 보는 이익도 커졌다. 여기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대체재로서의 LPG 수요가 늘어난 데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석유화학용 LPG 판매량이 확대된 것도 사상 최대 EBITDA 달성에 한몫했다.

문제는 운전자본 부담 탓에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개선세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9월 말 기준 E1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0억원)에 비해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황이다.

EBITDA와 함께 운전자본도 증가한 탓이다. 역시 9월 말 기준 E1의 운전자본투자 증감폭을 보면 재고자산, 그리고 외상을 받고 팔아서 직접 현금으로 유입되지 못한 매출채권은 각각 2232억원, 185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별도기준, 사업보고서)

◇관건은 '선도계약'

LPG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현금흐름에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는 국제유가 흐름을 반영해 1월 LPG 공급가격을 프로판은 톤(t)당 590달러, 부탄은 605달러로 통보했다. 전달에 비해 각각 60달러, 45달러 하락한 수치다.

LPG 가격이 안정화되면 운전자본도 같이 경감될 수 있다. 전체적인 매출액 규모는 감소하겠지만 매입 정상화로 인해 안전재고를 확보할 필요가 줄어든다. 또 매입채무와 미지급금 등이 줄어드는 등 운전자본 부담이 가벼워지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상황을 마냥 낙관하긴 이르다. E1을 비롯한 LPG수입 업체들은 원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KNOC 등 글로벌 거래처들과 선도계약을 맺고 트레이딩 사업을 진행 중이다. LPG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파생상품평가손실을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E1의 파생상품거래이익과 평가이익은 각각 5934억원, 3500억원이다.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은 각각 5448억원, 3060억원이다. 모두 합해 약 926억원이다. 선도계약을 포함한 해외 트레이딩 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약 926억원이라는 것이다.

E1은 LPG가격 상승장에서 전년 대비 쏠쏠한 트레이딩 이득을 봤다. 현시점에서 E1이 체결 중인 선도계약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향후 E1의 현금흐름이 남아 있는 선도계약 조건에 좌우될 수 있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