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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재무 부담' 커진 E1, 1분기 만에 부채비율 344%p 상승

1분기 'NCF·FCF' 적자 전환…도시가스 요금 동결에 '수익성 주춤'

박완준 기자  2024-07-01 16:26:36
E1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대규모 투자는 기업의 새로운 전환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큰돈이 투입되는 만큼 주력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선제적으로 유지돼야 하며, 신사업의 예상 수익과 리스크 등을 분석해 자금을 공급받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 E1은 친환경 종합에너지기업을 목표하며 수천억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곳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황에 수익성이 흔들리는 에너지 사업 구조 탓에 주력 사업의 수익이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지 못해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투자 늘리는 E1…1분기 부채비율 500% 넘겨

E1은 올해 들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LPG 수입 유통업으로 구축한 안정적 성과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그간 태양광이나 풍력 등 발전 부문으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지난달 평택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투자는 규모 면에서 남다른 의지가 느껴진다. E1은 평택에너지서비스 지분 100%를 5770억원에 인수하며 LNG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LPG 유통회사에서 발전 영역으로 본격 확장하는 수순을 밟는 양상이다. 인수일은 9월 30일이다.

과감한 투자에 부채총계는 큰 폭으로 늘었다. 올 1분기 E1의 부채총계는 1조7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2899억원보다 6배 이상 늘었다. 이에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70.7%에서 514%로 치솟았다.

총차입금도 지난해 말 1조9977억원에서 올 1분기 2조3002억원으로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는 37.7%에서 40.1%로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재무로 평가한다.

E1의 에너지 사업 다각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 중이다. 앞서 2014년 셰일가스 진출 목적으로 미국 현지에 500억원을 출자해 법인(E1 America LLC)도 설립했다. 2018년에는 충전소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지었고 이후 태양광발전설비 전문 업체 넥스포에너지와 넥스포쏠라를 인수했다.

아울러 2019년 풍력발전소 사업 컨설팅 업체인 영월에코윈드 지분 29%를 취득하며 관계기업으로 편입했다. 강원 정선군 가사리 일대에 8MW급 태양광발전단지 준공에도 187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는 캐나다 블루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에 초기 사업 개발을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고 연간 100만t 규모의 블루암모니아 도입에 나섰다.

◇LPG 가격 7개월째 동결…현금흐름 '적자 전환'

E1은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동결 중인 도시가스 요금에 LPG 수익성이 낮아진 실정이다.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원가의 80∼90% 수준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실제 E1은 올 1분기 매출액 2조635억원과 영업이익 9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46.18% 늘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260억원) 대비 약 85% 급감했다.
이같은 배경에 E1의 현금흐름은 악화됐다. 올 1분기 E1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42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NCF는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것으로 영업 부문의 현금창출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NCF가 줄어들면서 잉여현금흐름(FCF)도 적자로 돌아섰다. FCF는 기업이 매년 창출하는 여윳돈을 뜻한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세금과 영업비용, 자본적지출(CAPEX) 등을 차감하고 남은 현금이다. 기업은 이 돈을 저축하거나 채무상환, 인수합병 등에 쓸 수 있는데 잉여현금이 적자 전환하면 부족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올 1분기 E1의 FCF는 전년 동기(2208억원)보다 크게 악화된 -52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4억원에 불과했던 FCF를 지난해 말 3449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당기순이익이 떨어져 다시 악화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1일 정부가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보류해 E1 가스 판매가격도 당분간 동결될 것"이라며 "수익 확보에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재무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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