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이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주주사로 참여했던 인천김포고속도로 지분 전량을 처분해 220억원을 확보했다.
내년 이후 더 침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건설업황과 금융조달 환경을 감안한 선제적인 현금 확보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호황기를 타고 개선흐름을 보였던 재무여건이 올해 다시 약화세로 돌아서면서 현금 및 부채관리가 금호건설의 당면과제로 다시 떠오른 모양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그동안 보유해오던 인천김포고속도로 주식 678만7980주를 전량 처분했다. 매각 대금은 224억원이다. 이로써 국민은행(신탁업자), 포스코건설에 이어 인천김포고속도로 3대주주(지분율 13.7%)였던 금호고속의 지분율은 0%가 됐다.
매각대금 224억원은 최초 출자금액(340억원)과 비교하면 110억원 가량 손실을 감수한 가격이다. 고속도로 준공된 2017년 이후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분 가치에도 그동안 상당 수준 손상차손이 이뤄진 탓이다. 당분간 흑자 전환 가능성이 낮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 100억원 넘는 손실을 보더라도 급하게 현금화해야하는 재무상의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분기 말 기준 금호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약 2300억원 규모다. 최근 5년간 추이로 보면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 중이다. 현금 보유고는 2019년만 해도 700억원대 수준이었지만 건설경기가 호황으로 접어든 2020년대 이후 1000억원선을 넘겼다. 지난해엔 2000억원대 규모로 끌어올린 뒤 올해까지 유지 중이다. 비슷한 외형의 다른 중견건설사들의 평균적인 현금보유고와 비교하더라도 평균 범위에 해당한다.
금액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금호건설의 재무상황 변화 방향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은 다시 높아졌고 우발부채 규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각종 차입금에 담보로 제공해놓은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언제 대규모 현금이 들어갈 일이 생길지 불확실성도 커진 상태다.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주요 사업지에서의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재무여건 악화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하반기 들어 빠르게 늘어난 차입금은 금융권과 신용평가사들의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말 900억원대였던 장기차입금이 3분기말 기준 1400억원대로 50%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지난해 적정 범위인 160%대로 낮췄던 부채비율은 다시 위험수위인 200%를 넘어섰다. 차입금의존도와 이자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 등 레버리지 관련 지표들이 지난 6개월 사이 일제히 나빠졌다.
전체 차입금 중 29% 가량이 만기가 1년 내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기평 자료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총 차입금 2284억원 중 653억원의 만기가 1년 이내 돌아오고 3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1400억원에 달한다.
3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300억원이지만 주식매매계약, 공사이행담보 등 사용제한 금융자산을 제외하면 가용 현금은 1900억원 수준이다. 단기 차입금을 커버하기엔 충분하지만 PF우발부채와 담보가치 하락 등 동시에 맞물려 있는 다른 변수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PF우발채무는 지난해 말(약 3800억원) 대비 2000억원 늘었다. 당장 수개월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ABCP, ABSTB 등 단기채는 없지만 금호건설의 전체 사업 규모로 봤을 때 과중한 수준이라는 게 신평사들 분석이다. 특히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울산 신정동과 동탄2지구 현장에도 수백억원 규모 PF 신용보강이 제공돼 있어 금융 모니터링 항목에 올라있는 상태다.
금융권에 제공된 담보자산가치의 급락도 불안요소다. 금호건설이 주요 금융회사들에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 약 4600억원에서 3분기 말 2800억원으로 2000억원 가량 떨어졌다. 채권자는 우리은행, BNK저축은행, 유안타증권, KB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이다. 일정 수준 이하로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추가 담보 제공이나 차입금 일부 상환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