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스타트업으로 직접투자 못지않게 간접투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투자 지역은 광법위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단편적인 투자 수익보다는 기존 네이버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기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펀드에서는 배당 수익도 거두고 있다.
네이버는 타법인 출자액(이하 별도 기준)을 늘리면서 펀드 투자 규모도 키웠다. 계열사 현금출자, 콘텐츠·커머스 영업 관련 지분 투자와 함께 국내외 스타트업 간접투자에도 돈을 풀고 있다. 올 상반기 타법인 신규 출자액(4038억원) 중 39%(1589억원)를 스타트업 간접투자에 썼다.
간접투자는 콘텐츠·커머스 관련 직접투자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네이버는 2020년과 지난해 스타트업 간접투자에 각각 3504억원, 5237억원을 집행했다. 2019년 3412억원이었던 네이버 전체 타법인 출자액(증감치)은 2020년과 지난해 2조원대로 뛰었다.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주를 이룬다. 올해 간접투자 신규 출자액을 투자처별로 구분하면 해외 간접투자는 74%(1180억원), 국내 간접투자는 26%(425억원)다. 투자 지역은 가까운 아시아부터 북미, 유럽까지 다양하다. 각 사업의 글로벌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 마련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내 건 경영 목표다. 펀드 투자에도 사업 전략 방향성이 녹아든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국내외 스타트업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병행하며 투자처를 넓히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펀드를 통한 해외 간접투자는 여러 투자 건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투자처 발굴과 수익 관리를 운용사에게 맡기고, 네이버는 펀드가 선별한 글로벌 초기 기업들의 성과를 보고 받는 형태다.
주요 투자 파트너는 미래에셋그룹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다. 네이버는 2016년 11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500억원 규모로 콘텐츠 분야에 투자하는 신규 펀드(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를 조성했다. 그해 12월 미래에셋그룹과는 1000억원 규모 ‘미래에셋-네이버 신성장투자조합 제1호’를 결성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로봇, 가상·증강현실(AR·VR), 자율주행, 헬스케어, 스마트홈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의 업체를 발굴·육성하는 펀드다.
아시아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펀드도 미래에셋그룹과 만들었다. 2018년 3월 네이버와 미래에셋은 50%씩 출자해 2000억원 규모 펀드(MIRAE ASSET-NAVER ASIA GROWTH INVESTMENT, 미래에셋-네이버 Asia Growth Fund)를 결성했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인터넷 플랫폼, 헬스케어, 소비재, 유통, 물류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다.
2020년부터 펀드에서 잡히는 배당액도 커졌다. 현금출자·회수 내역 등이 공개되는 종속기업·관계기업으로 묶인 펀드를 기준으로 2018~2019년 100억~150억원이었던 배당 수령액은 2020년 969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펀드에서 발생한 배당은 3646억원이다. 올 상반기 펀드에서 거둔 배당금은 1191억원이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맵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 배당금 수령액이 가장 크다. 네이버와 10년간 사무실 리스계약을 체결한 펀드다. 네이버는 해당 펀드에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배당금으로 1627억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중국 스타트업에 간접투자하는 펀드(China Ventures Fund I)에서 1517억원 △미래에셋과 출자한 펀드(Mirae Asset-Naver Asia Growth Investment, 미래에셋-네이버 Asia Growth Fund)에서 1248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조성한 펀드(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에서도 619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타트업 간접투자는 재무적 투자보다 전략적 투자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