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콘텐츠·커머스 영업 부문 생태계 확장에 지갑을 열고 있다. 수익원을 다각화해 광고 수익이 기반인 서치플랫폼 위주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2020년부터 투자에 푼 현금은 콘텐츠와 커머스 부문으로 쏠려 있다.
네이버의 투자 보폭은 2020년부터 넓어졌다. 2019년 3412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타법인 출자액(이하 증감치)이 이듬해 2조2487억원으로 약 6배 뛰었다. 지난해 타법인 출자액은 2조6750억원으로 2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투자금 회수보다 집행이 활발했다.
올해도 조 단위 투자 지출을 예고해둔 상태다. 지난 3분기에는 분기보고서에 타법인 출자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까지 출자액은 8238억원이었다. 이후 지난 10월 미국 온라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 계약을 맺으며 커머스 부문 인수·합병(M&A) 소식을 발표했다. 내년 4월 2조3441억원을 들여 포쉬마크 지분 100%를 취득할 예정이다. 지난달 손자회사 크림과 자회사 네이버랩스에도 각각 500억원, 300억원을 출자했다.
타법인 투자 규모는 네이버가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능가한다. 네이버는 2020년과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2000억~1조3000억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도 영업이익(6379억원)보다 타법인 출자액(8238억원)이 더 컸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종착지엔 네이버가 점 찍은 미래 먹거리가 있다. 콘텐츠와 커머스 영업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다. 투자 규모가 불어난 2020년부터 신규 출자액 기준으로 콘텐츠, 커머스 관련 출자액이 과반을 차지한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제작 역량과 유통 플랫폼을 확보하는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지분 100%를 6982억원에 인수한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가 대표적인 투자 건이다. 왓패드 인수 뒤 네이버 콘텐츠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창작자는 1000만명으로 증가했다.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종속기업으로 출자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 3년(2020년~올 상반기) 동안 웹툰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미국 자회사(WEBTOON Entertainment)에는 1조604억원, '컴퍼니 빌더(스타트업 창업·육성)' 역할을 수행하며 카메라 및 컨텐츠 사업을 전개하는 자회사 스노우에는 3400억원을 출자했다.
해외 투자도 활발하다. 올해 미국에서 콘텐츠 제작사업 펼칠 자회사(NW MEDIA CONTENTS INC.)를 신규로 설립해 108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종합 미디어기업 엠텍(PT Elang Mahkota Teknologi Tbk)에 1704억원(지분 1.79%) 규모 전략적 투자를 집행하고, 미국 팬쉽 후원 플랫폼 업체 패트리온(Patreon)에는 2년 동안 총 358억원(지분 0.7%) 규모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커머스 생태계 조성도 네이버가 공들이고 있는 투자다. 최근 포쉬마크 인수도 커머스 생태계 확장 투자의 일환이다. 물류 역량을 보유한 파트너와 협력해 다양한 상품군을 포괄하는 배송 체계도 만들어 가고 있다. 2020년에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교환한 뒤, 네이버 판매자 전용 풀필먼트(통합 물류 대행)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물류 스타트업에도 투자해 네이버 연합군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풀필먼트 스타트업 위킵(35억원), 풀필먼트 테크 스타트업 두손컴퍼니(27억원) 등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아직 서치플랫폼 영업 부문에서 매출을 절반 가까이 올리고 있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서치 플랫폼 45%(2조6515억원) △커머스 22%(1조3142억원) △핀테크 15%(8667억원) △콘텐츠 14%(8241억원) △클라우드 5%(2918억원) 순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사업 가치 재평가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콘텐츠 수익 모델을 개선하고, 인수·합병과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 동력을 갖춰 갈 계획이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포쉬마크 인수를 계기로 북미 지역을 거점 삼아 국내·일본·유럽을 잇는 글로벌 개인 간 거래(C2C) 포트폴리오를 구축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