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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부채비율 1400% 육박, 멀어진 '베트남 드림'

1~3분기 EBITDA -254억원, 시황 위축에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까지

김위수 기자  2022-12-28 13:58:1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효성그룹 화학 계열사인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이 1400%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높은 부채비율을 보여왔지만 1000%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조5000억원을 들여 설립한 베트남 공장 안정화가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과제로 보인다.

효성화학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1395%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말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773%였는데 3개월만에 수치가 훌쩍 뛰었다. 차입금의 전체 규모가 늘어나며 부채총계가 확대됐고, 이 가운데 사업에서 부진을 겪으며 재무구조 안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은 효성으로부터 인적분할해 출범했던 2018년 당시 총차입금 9827억원을 떠안고 분할됐다. 부채비율 350.2%, 차입금의존도 59.4%로 레버리지 지표가 다소 높은 편이었다. 효성그룹은 2017년부터 베트남에 PP공장을 설립 중이었는데 이 사업을 효성화학이 맡게 되며 관련 비용을 계상한 것으로 보인다.

300% 수준을 유지하던 부채비율은 2020년들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베트남 공장의 상업생산을 앞두고 추가적인 자본을 투입하기 위해 차입을 늘린 것이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상업생산이 시작한 뒤에도 효성화학은 베트남 공장의 증설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조달을 이어갔다. 효성화학이 베트남 공장 설립에 들인 비용은 202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이다. 이에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00%를 넘기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투자부담이 완화되고 베트남 공장에서 매출이 발생하며 실적이 확대, 재무구조가 개선돼야 했다. 베트남을 기지로 삼고 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 효성화학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두 가지 복병을 만나며 효성화학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먼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코로나 봉쇄가 이어지며 마진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스프레드(제품가격와 원료가격 차이)는 올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69% 급락했다.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회사의 전반적인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 1~3분기 효성화학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마이너스(-) 254억원으로 나타났다. 그간 연간 EBITDA가 적게는 1500억원, 많게는 3400억원까지 발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베트남에 구축한 신규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공정상 문제가 발견돼 보수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 결과 베트남 공장에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현지 법인의 적자가 확대됐다. 올 1~3분기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의 누적 손실은 2443억원으로 집계됐다.

효성화학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려면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전방수요의 회복과 베트남 설비 가동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화학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실적개선이 단기간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제품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에는 어려울 수 것"이라며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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