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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첨단소재, 재무구조 개선 언제쯤

CAPEX 집행으로 현금 유출, 남은 투자금 3000억원

김위수 기자  2022-12-22 07:25:39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효성첨단소재는 매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음에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조6793억원의 총차입금을 떠안고 분할된 가운데 매년 막대한 자본적지출(CAPEX)이 일어나며 현금이 쌓이지 못한 탓이다. 더군다나 아직 3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자산매각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단기간 내에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효성첨단소재의 연결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기준 291%로 나타났다. 차입금의존도는 53.8%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말 부채비율이 524.3%, 차입금의존도가 69.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지표가 안정됐다.
재무부담이 급격하게 완화된 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가깝다. 지난해 효성첨단소재는 주력 제품인 타이어코드 수요가 급등하며 호실적을 냈다. 매출은 3조597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24%, 영업이익은 4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8.4%폭등했다. 이익이 잉여금으로 쌓이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개선된 것이다.

다른 기업에 비하면 재무부담이 여전히 막중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국내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91.2%, 차입금의존도는 24.5%였다. 효성첨단소재의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는 다른 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총차입금 규모는 올 3분기 말 1조7627억원에 달한다. 효성첨단소재의 총차입금은 설립 이후 오히려 늘어난 상태다.

타이어코드, 에어백 원단 등 자동차 소재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효성첨단소재는 매년 천억원대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내는 알짜 기업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 역시 출범 당해인 2018년을 제외하고는 천억원대를 유지해왔다. NCF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총 현금흐름에서 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등 현금이 오가지 않는 운전자본투자금의 증감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견조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재무부담이 빠르게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자본적지출에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매년 1500억원 안팎의 CAPEX를 집행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소재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증설과 탄소섬유·아라미드와 같은 신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금이 포함됐다.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CAPEX 집행에 쓰고 배당을 실시하면 남는 현금이 없는 수준이다. 이런 배경에서 연간 NCF가 312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현금이 유출이 일어났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올 1~3분기 효성첨단소재가 창출한 NCF는 2625억원이었다. CAPEX에는 총 1846억원을 들였고 전년 실적에 따른 배당금으로 957억원을 지출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잉여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77억원으로 나타났다. 4분기 실적과 투자집행 수준에 따라 갈리겠지만 큰 폭의 FCF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너스 FCF는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현금만으로는 투자규모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효성첨단소재가 앞으로 집행해야 하는 투자금은 공개된 건만 합쳐도 2025년 2월까지 3133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에어백 생산라인 증설 및 보전에 올해 안에 52억원 투자 △타이어코드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2023년 8월까지 1억5000만 달러(약 1930억원) 투자 △전주공장 탄소섬유 생산라인 증설에 2025년 2월까지 778억원 투자 △효성 중국 탄소섬유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법인 설립에 383억원 투입 등이 있다.

지금과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의 CAPEX가 집행돼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영업활동에서 확보하는 현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해도 재무지표를 안정화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결국 유휴자산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느냐가 재무지표 개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울산 언양공장을 1500억원에 매각하려다가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한 차례 실패한 상태다. 효성 측은 언양공장 매수자를 찾아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마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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