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세븐의 재도약 시도는 성공으로 끝날까. 올해 미니스톱을 사들여 사업을 대폭 키우면서 판을 흔들었다. 회심의 인수였던 만큼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이 상당했다. 차입 확대로 레버리지 지표가 나빠졌으나 롯데지주에서 실탄을 지원받아 일부 해소했다.
이제 문제는 인수 효과가 언제 본격화 하는지다. 미니스톱 인수는 규모의 경제 구축을 가져왔지만 통합에 따른 비용지출도 덩달아 커졌다. 게다가 편의점 경쟁 심화로 투자 지속이 불가피한 만큼 영업현금창출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 재무 부담이 악화할 수 있다.
코리아세븐은 최근 4년간 차입금이 크게 점프했다. 2018년까지 총차입금이1000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5197억원, 2020년 7562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9월 말 연결 기준 9375억원까지 불었다. 미니스톱 인수자금을 끌어온 영향이 컸지만 운전자본 부담과 가맹점 확대 등 투자가 계속된 이유도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차입을 늘리면서 차입구조 역시 개선했다는 점이다.
과거 코리아세븐은 주로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었다. 2013년 79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찍은 것을 마지막으로 5년간 시장성 조달은 CP 발행이 유일했다. 2017년에는 차입금 1340억원 전액이 단기성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2018년 CP 시장의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고 미니스톱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외형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차입 장기화의 물꼬를 텄다. 그해 5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 900억원 규모의 3년물 공모채를 발행했다.
지금은 단기 CP 활용과 동시에 장기대출과 회사채, 장기 CP 등으로도 조달처를 다변화했다. 올해 9월 말 연결 총차입금(9375억원) 가운데 장기 CP가 700억원, 사채가 4560억원 수준이며 752억원은 은행대출, 나머지는 기타금융부채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성 차입은 3293억원으로 35% 수준이다.
이에 대한 커버리지 지표를 보면 현금성자산은 올 9월 말 단기금융상품과 공정가치금융자산을 포함해 1723억원이 쌓였다. 작년 말 1297억원에서 소폭 많아진 금액이다. 미니스톱 인수로 3225억원의 순현금이 빠져나갔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4800억원을 수혈받으면서 유동성을 방어했다. 현금성자산 가운데 단기금융상품 300억원 정도는 중소기업상생펀드 및 가맹점주상생펀드에 넣어둔 돈으로, 만기는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까지다.
또 코리아세븐은 연간 2500억원 안팎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내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EBITDA가 2456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1911억원)보다 28.5% 늘었다. 신규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니스톱을 인수해 점포를 대규모로 확보한 덕분이 컸다. 규모의 경제 덕분에 교섭력이 커지고 물류비용 등 고정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현금과 EBITDA 규모,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형자산 등을 감안할 때 차입금에 대한 상환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운전자본 부담 탓에 영업활동현금흐름(NCF) 개선세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9월 말 영업현금흐름은 1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52억원)보다 오히려 500억원가량 줄었다. EBITDA와 함께 운전자본도 함께 증가한 탓이다.
미니스톱의 낮은 수익성, 인수에 따른 통합 비용 등도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랜드 전환 과정에서 시스템이나 인테리어 교체 등에 자금이 쓰이기 때문이다. 신규점포 출점 등 투자 비용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코리아세븐은 점포오픈과 전산장비, 금융기기 등에 2018년 886억원을 투자했지만 2019년 1092억원, 2020년 1446억원, 지난해 총 1810억원으로 매년 투자액이 뛰었다. 올해도 예상투자액이 2070억원 수준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까지 1551억원을 썼고 4분기에 517억원가량을 더 지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이 계속 크고 있고 품목들의 구매단가가 낮아서 금리인상 등에 따라 영업환경이 크게 타격을 받진 않을 터이기 때문에 영업현금창출력은 아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비용지출도 같이 늘고 있기 떄문에 차입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