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세아홀딩스는 2020년에서야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친화정책의 첫 발을 뗐다. 그나마도 자사주 매입만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을 뿐 소각은 사례가 없다.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은 만큼 소규모의 자사주 활용만으로도 주가 안정화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유통물량이 부족해 가격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은 소액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아홀딩스는 2022년 8월19일 NH투자증권과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3년 8월18일까지다. 이 계약을 통해 2022년 11월18일 기준으로 자사주 2866주가 추가 매입됐으며 현재 자사주 보유량은 10만742주(지분율 2.52%)다.
세아홀딩스의 자사주 보유량은 2001년 7월 세아제강지주로부터 인적분할돼 독립한 이후 2020년 3월까지 900주에 머물러 있었다. 이 900주는 분할 당시 발생한 단수주다. 19년에 가까운 기간의 주주환원이 오직 배당에 의해서만 이뤄졌던 셈이다.
세아홀딩스는 2020년 3월31일 NH투자증권과 1년에 걸친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당시는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초기의 충격을 받고 침체하던 시기였다. 2018년 초 16만원을 오가던 세아홀딩스 주가도 2020년 3월27일 5년 내 최저가인 4만4600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세아홀딩스는 2021년 3월30일 신탁계약을 한 차례 연장한 뒤 그 해 7월30일 계약금액 50억원 중 48억원(이행률 96.55%)을 채우는 것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와 동시에 같은 날 NH투자증권과 새로운 50억원의 1년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새로운 계약은 2022년 7월29일 계약금액의 90.74%(45억원)를 이행하는 것으로 해지됐다. 이날 세아홀딩스 주가는 9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자사주를 사들인 효과가 충분히 있었던 셈이다. 올해 8월 재차 50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 역시 과거와 같은 주가부양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존 세아홀딩스의 자사주 매입은 2년여에 걸쳐 100억원 규모로 진행됐다. 그다지 큰 금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주가 안정화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유통주식수 자체가 적은 주식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아홀딩스의 주주 구성을 보면 2022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총 주주 2099명 가운데 소액주주가 2082명으로 99.19%다. 그러나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수는 26만2499주로 지분율 6.56%에 그친다.
주식을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소액주주의 보유분이 적은 만큼 거래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세아그룹의 5개 상장사(세아홀딩스, 세아베스틸지주, 세아특수강, 세아제강지주, 세아제강) 가운데 3분기 말 기준 6개월 동안 월간 거래량이 천 단위로 집계된 곳은 세아홀딩스가 유일하다. 나머지 4곳은 만 단위로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유통주식수가 적기 때문에 소규모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은 세아홀딩스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에 공격적으로 나설 요인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세아홀딩스는 2001년 출범 이후 자사주 매입만을 진행했을 뿐 소각을 한 사례가 없다.
또한 소액주주 보유 지분율이 낮다는 것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다는 의미다. 세아홀딩스는 지분율 35.12%의 최대주주인 이태성 대표이사 사장을 필두로 한 특별관계자 지분율이 89.98%(359만9056주)에 이른다.
증권사 관계자는 "유통물량이 부족해 거래량이 적은 기업은 원하는 타이밍에 매수나 매도가 어렵고, 가격변동성이 클 수 있어 주주친화정책 면에서는 부정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라며 "반면에 대주주나 경영진 입장에서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칠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아홀딩스의 주주친화정책은 소액주주보다 오너 등 특별관계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 관점에서는 자사주를 활용해 1주의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는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 세아홀딩스는 2001년 출범 이후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결산 현금배당을 실시해 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