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세아그룹은 특수강사업 중심의 세아홀딩스와 강관사업 위주 세아제강지주의 양대 지주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두 지주사 중 세아홀딩스가 기업집단 대표회사 지위를 지닌다.
기업집단의 지주사들이 으레 그렇듯이 세아홀딩스 역시 꾸준한 배당을 통해 주주에 이익을 환원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다만 세아홀딩스 주식은 말 그대로 ‘오너의 주식’이라는 점에서 배당의 의미가 남다르다.
◇ 오너 지분율 90%, 자금줄 역할...적자 불구 배당 지속
세아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지분율 35.12%의 이태성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특별관계자 보유지분율이 무려 89.98%에 이른다. 소액주주의 주식 보유비율은 6.56%에 지나지 않는다.
주주친화정책의 90%가량이 오너를 향하는 구조상 세아홀딩스의 배당은 오너들의 자금원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세아홀딩스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2001년 7월 세아제강지주의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 뒤 재상장한 이후 단 한 해도 배당을 건너뛰지 않았다.
특히 2013년에는 1172억원, 2021년은 378억원의 별도기준 순손실을 보면서도 배당을 실시했다. 2021년의 경우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에 주당 2500원, 일반주주에 주당 2750원을 배당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이같은 지분 구조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지속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세아홀딩스는 앞으로도 금액 규모보다는 꾸준함에 방점을 찍은 배당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 공시를 통해 중장기 배당정책을 밝히며 ‘별도기준 순이익의 25% 이상’이라는 배당성향의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일회성 비경상 손익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 꾸준한 배당의 숨겨진 의미, 이태성 사장의 유사시 대비?
세아홀딩스에서는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아 상세내역이 공개된 사례가 2013년 세상을 떠나 퇴직소득을 수령한 이운형 선대회장의 사례를 제외하면 없다. 이를 고려하면 세아홀딩스의 배당은 에이치피피의 수익과 함께 이태성 사장의 최대 수입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세아그룹의 양대 지주사 체제는 세아홀딩스를 고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회장의 맏아들인 이태성 대표이사 사장이, 세아제강지주를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경영하는 오너 3세의 사촌경영 방식으로 꾸려져 있다.
다만 지분구조가 깔끔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상태라 이태성 사장으로서는 유사시를 대비한 자금 확보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세아홀딩스가 배당에 있어 지속성을 중시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시선도 나온다.
이태성 사장은 2013년 아버지인 이운형 선대회장의 작고로 물려받은 세아제강 계열의 주식을 꾸준히 매각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보태는 한편으로 세아홀딩스의 경영에 집중해 왔다. 세아제강지주에 남아 있는 이태성 사장 측 지분은 1.89%로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세아홀딩스에는 이주성 사장 측 지분이 무려 30.95%나 존재한다. 최근 세아홀딩스 주가인 11만원대를 준으로 1400억원가량에 이르는 규모로 단기간에 털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태성 사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우위는 확고하다. 보유 지분율 35.12%만으로도 이주성 사장 측 지분을 앞설 뿐만 아니라 개인회사 에이치피피를 통해서도 9.38%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어머니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이 보유한 10.65%도 우군이다. 다만 30.95%에 이르는 지분이 방계 소유분으로 존재하는 만큼 유사시를 대비할 필요는 있다.
물론 재계에서는 세아그룹 오너 3세 사촌들 간의 지분 정리가 빠른 시일 안에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지분 정리가 곧 계열분리의 가능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세아그룹의 오너일가는 2세 형제경영 시기때부터 우애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태성 사장이 이순형 회장 밑에서, 이주성 사장이 이운형 선대회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다. 세아그룹 측에서는 계열분리의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정하는 근거로 양대 지주사 간의 사업적 시너지뿐만 아니라 일가의 우애를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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