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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기업지배구조헌장 공개 속사정은

애플 등 글로벌협력사와 투자자에 ESG선진 의지 표명 목적

손현지 기자  2022-12-09 10:51:18
LG전자가 LG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ESG등급 평정을 의식하고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공개한 건 아니다. 올해부터는 한국ESG기준원(구 KCGS)의 평가모형 방향성이 '보다 실질적인 ESG활동을 했는가'로 바뀌면서 헌장 공시 등과 관련해선 가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투자자들에게 ESG경영 의지를 조금이라도 더 어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관리 과정에서 ESG경영 행보를 중시하는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의 관심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다. 또 구광모 LG회장이 그룹 차원의 ESG경영을 강조하면서 LG전자가 선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상징적인 활동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업지배구조헌장, ESG등급 평정 미반영

LG전자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ESG위원회를 개최하고 자율공시를 통해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날 위원진들은 향후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내부적으로 만든 '기업지배구조헌장'까지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LG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한 행보다.

상장사들 중에선 이처럼 지배구조헌장을 공개하는 회사들이 꽤 있다. SK그룹, 한화그룹, 한국타이어 등 다수의 기업들이 이사회 내에서 헌장을 제정했다는 점을 밝혀왔다.

이는 국내 ESG 평가 기준과 관련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작년까지 지배구조(G) 등급 산정시 지배구조헌장 제정 여부를 평가에 반영해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ESG가 생소한 개념이었을 뿐더러 상장기업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비교적 간단하게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평가항목으로 넣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평가모형을 바꿨다. 한국ESG기준원은 기존 문항도 평가 난이도를 대폭 높였다. 예컨대 과거엔 이사회 정족수를 채웠는가, 이사회 개최 횟수와 출석율 등 정량적인 지표를 토대로 평가를 진행했다면 올해부터는 사외이사 등 구성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보여주기식 ESG 활동 보다는 내실 있는 활동을 중시하겠단 취지다.

사실상 기업지배구조헌장도 형식상 문서나 다름없다. 기업들마다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며 실질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아니었다. 한국ESG기준원은 올해부턴 지배구조 평가에서 최고경영자 부재시 승계 프로세스를 구축했는지 등을 새로운 판단 잣대로 삼았다.

이제부턴 기업지배구조헌장 공개 자체가 ESG등급 평정에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LG전자가 ESG등급 상향, 고득점 등을 목표로 했다면 헌장을 별도로 공시를 하진 않았을 거다. 이미 매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기도 해서 필요성도 떨어진다.

◇구광모 ESG 특명, 계열사 선두 지침

LG전자 이사회는 "투자자들에게 ESG위원회를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려 했다"며 "사외이사 독립성 가이드라인부터 이사회 운영의 다양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작년 4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지만 그 뒤로는 가시적으로 드러날 만한 행보는 없었다. 설립 초기인 만큼 위원장 선임, ESG경영 활동에 대한 정책과 계획수립 등 정도가 전부다.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에 부응하려는 목적도 크다. 애플, 구글, 이케아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할 뿐 아니라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ESG경영의지 등을 체크하는 추세다.

ESG는 글로벌 네트워크, 고객사, 기관투자사 등을 관리하려면 필수 관문인 셈이다. 애플이 준비 중인 자율주행차 애플카 생산 협력 파트너 후보로 LG전자 계열사들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ESG활동 의지를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다.

LG그룹 내 ESG 모범생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는 의도도 비춰진다. LG전자의 ESG 통합등급은 'A', 세부항목으로는 환경(A), 사회(A+), 지배구조(A) 등 고득점을 받으며 선두주자에 서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그룹 전체적으로 ESG경영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책임감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LG는 올해 9월계열사들의 ESG 방향성을 담은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룹 차원의 ESG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만큼 구 회장의 의지가 남다르단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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