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이 국내 정보보안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간했다. 현재 규정상 공시 의무는 없지만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ESG전담 조직을 새로 만든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작년 기준으로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중에서는 3분의 2가량을 달성했다. 이사회 및 감사 부문에서 보강이 이뤄지면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최근 몇 년 새 제자리에 머물던 지배구조(G) 등급 역시 개선할지 주목된다.
◇공시 대상 아니지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발간…독립적 내부감사조직 구성 숙제도
안랩은 최근 기업지배구조 보고서(2021년)를 공개했다. 안랩뿐 아니라 국내 정보 보안 업계에서는 최초였다. 특히 안랩의 총자산이 작년 말 기준 3382억원이라 올해 공시 기준(1조원 이상)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ESG경영 내재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작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첫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핵심지표 준수율은 약 66.7%를 기록했다. 주주총회 2주 전에 소집 공고를 한 걸 제외하면 이사회와 감사기구 측면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우선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을 별도로 수립해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안랩은 정관 제34조에 따라 이사회에서 후보자를 심의하고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원이 발생하면 이사 중에서 보궐 선임하며 이 경우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기간으로 하고 있다.
다만 관련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고 후보군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독립적인 내부 감사부서 역시 설치하지 않았고 분기별로 1회 이상 내부감사기구가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를 열어야 하는 기준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사회 내 위원회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현재 안랩은 내부감사기구로 고득성 위원장, 원재천·원유재 위원 등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두고 운영하는 중이다. 감사위원장을 맡은 고득성 사외이사는 주요 회계법인과 기업에서 회계감사, 인수·합병(M&A), 금융투자, 세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통한다.
상법상으로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에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를 부여한다. 그럼에도 선진 지배구조 실현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를 설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SG 조직 강화…내년 ESG 통합등급 'A'로 올라설까
안랩은 이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발간 전부터 ESG경영에 힘을 싣고 있었다. 작년 6월 강석균 대표가 ESG경영 내재화를 강조한 이후 8월에 사회공헌 전담조직 사회가치실현팀과 사내워킹그룹으로 구성된 ESG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총무, 재무, 인사, 법무, 인프라 등 유관 부서 실무 담당자들이 TF에 참여했다.
작년 12월에는 ESG전담 조직인 지속가능경영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 2월부터는 안랩의 ESG 활동 등을 소개하는 ESG레터 '가치안랩'을 만들었다. 지속가능경영팀과 커뮤니케이션팀이 필진으로 참여해 본격적인 소통에 나섰다. ESG전담조직과 사내 워킹그룹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주요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ESG 등급도 개선할지 주목된다. 올해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AA를 받았다. 다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평가에서는 ESG 통합등급이 아직 'B+' 수준이다. 2020년 기존 B에서 B+로 상향된 이후 제자리를 걷고 있다.
환경(E) 부문에서는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C에서 이듬해 B로, 올 들어서는 B+까지 등급이 개선됐다. 올 7월에도 환경경영시스템 국제표준 ISO14001 인증을 획득했다. 사회(S) 등급 역시 작년까지 B+를 유지하다 올해 A로 올라섰다. 연간 3억원 수준의 사회 공헌 비용을 들여 IT 분야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 지배구조(G) 등급의 경우 작년에 A로 올랐다가 올해 B+로 다시 떨어졌다. CEO 승계 정책을 정립하고 독립적인 내부 감사 조직을 만드는 등 보완을 통해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