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ESG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ESG평가 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최근 엔씨소프트의 데이터보안 역량을 상위 1% 로 평가하고 피어그룹 중에선 최상위 등급을 부여했다.
엔씨소프트의 보안역량 강화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가 빛을 발했다. 다수의 게임업계가 상대적으로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개발, 디자이너 인력 확대에 집중해온 것에 비해 보안 인력 양성에 주력해온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주효했다.
◇보안역량 강화, 미디어 섹터 최강자 등극
MSCI는 지난달 엔씨소프트 ESG등급을 'AA' 로 상향조정했다. AA 등급은 총 7개 평가테이블 중 상위 두번째 등급에 해당한다. MSCI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투자 참고 자료로 활용할 정도로 공신력있는 기관으로 여겨진다.
엔씨소프트가 받은 AA 등급의 의미는 남다르다. MSCI가 평가하는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dia & entertainment)기업 총 75곳 중에선 'AAA' 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AA가 최상위 등급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온라인 게임 개발·퍼블리셔 기업들도 BB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여겨진다.
MSCI는 작년 11월에도 엔씨소프트에게 ESG 통합등급 A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에 한등급 추가 조정을 결정한 건 미디어 산업에 가중치가 높게 적용되는 '개인정보·데이터 보안'(PRIVACY & DATA SECURITY) 부문에서 우수한 '리더(Leader)' 급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글로벌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도 엔씨소프트의 정보보안 능력을 글로벌 상위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SG 리스크 노출 정도는 100점 만점에 12.2점으로 낮음(Low) 등급을 부여했다. 총 1036개 플랫폼·게임 섹터 기업 중 상위 18등에 해당하는 우수한 평가다.
엔씨소프트는 일찍이 보안 시스템 강화에 공을 들여온 기업이다. 지난 2020년 개인정보보호실을 꾸린 뒤 외부에서 보안 전문인력을 8명 수혈했다. 지마켓(이베이)에서 15년간 보안 전문가로 자리매김해오던 박의원 상무(CISO)를 영입해 개인정보보호책임자로 선임했다. 꾸준한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도 서슴치 않았다. 올해 6월 게임업계에선 처음으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등 학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게임업계에선 보안역량 강화는 그야말로 중장기 관점의 투자로 여겨진다. 단기적으로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는 개발이나 디자이너 인력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만 당장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보안담당 인력 양성에 주력한 건 엔씨소프트가 독보적이란 평가다.
그러나 갈수록 중요해지는 영역이다. 최근에는 P2E 등 가상자산과 연결된 게임 콘텐츠가 대거 양산되는 만큼 보안역량은 더욱 필수적이다.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만 하더라도 캐릭터는 한 개인의 인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산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가상세계에서의 존재 자체를 대신한다.
내부적으로 ESG경영을 전담하는 실무조직(ESG경영위원회)을 설치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타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이사회 내 소위원회 차원의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과 달리 실무에 빠르게 ESG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SG경영위원회는 김택진 대표이사의 아내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활약 중인 윤송이 사장이 맡고 있다.
MSCI는 엔씨소프트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항목도 꾸준히 리더(Leader)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 비율은 7명 중 5명으로 법적 기준(3인 이상이면서 이사총수의 과반수)을 충족한다.
◇아쉬운 '집회결사의 자유·환경'
환경(E)분야에선 글로벌 기관들의 평가가 갈렸다.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LGIM는 엔씨소프트에게 100점 만점에 89점이란 고득점을 부여했지만, MSCI는 탄소배출(Carbon emissions)측면에선 '정체'(Laggard) 등급을 메겼다.
다만 '환경' 항목은 게임산업에선 가중치가 낮은 편인 만큼 전체 ESG 점수 변동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게임사들은 데이터센터 등을 돌리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데 석유회사나 전자산업에 비해 환경 영향도가 미미하다.
LGIM의 '사회'(S) 관련 평가 점수는 대체로 박했다. 엔씨소프트의 사회 항목은 100점 만점에 15점을 기록했다. 환경(89점), 지배구조(65점) 등의 평가점수는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회(S)점수가 전체 ESG 점수(44점)를 하향 편중화시킨 셈이다.
인적자본(Human Capital) 항목이 대체로 글로벌 기준치에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뇌물·부패정책(Bribery and corruption policy), 집회결사의 자유(Freedom of association policy), 차별방지(Discrimination policy), 공급망정책(Supply chain policy) 등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구성원의 여성비중 평가는 향후 개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LGIM은 임원·직원·관리자 여성 비중도 30%로 맞추는 것을 표준으로 삼는다. 엔씨소프트의 미등기 임원 내 여성 비중은 13%(77명 중 10명)에 부과하지만, 등기임원진 중 여성임원(2명)은 전체임원(7명)의 28.57%로 기준치에 거의 도달하고 있다. SASB, GRI와 같은 국제 표준 준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