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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장기 CP 발행, '자금 조달처 다각화' 묘수

시장 상황 속 유연 대응…연내 회사채 발행도 "계획대로"

박기수 기자  2022-11-09 15:41:30
SK
AA+급 초우량으로 분류되는 SK㈜도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SK㈜의 장기 CP 발행은 얼어붙은 시장 속 자금 조달을 위한 묘수이자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로 평가 받는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이달 10일 3년물과 5년물 CP를 각각 1000억원씩 발행한다. 금리는 3년물은 5.651%, 5년물은 5.747%다.

SK㈜는 지난달 31일 CP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상 없이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모습이다. 금액이나 금리, 만기 등 주요 요건이 변경되면 발행사는 3거래일 내 정정공시를 해야 하지만 31일 이후 정정 공시는 없었다.

SK㈜가 장기 CP라는 자금 조달 옵션을 선택한 것은 최근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탓이 크다. 연초 이후 금리 인상 기조로 투자자 우위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데 이어 지난 달부터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파장이 일반 회사채 시장까지 퍼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실제 AA급인 LG유플러스와 AA-급인 한화솔루션은 10월 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목표 조달액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CP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SK㈜의 선택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묘수로 평가받는다. 초우량 신용등급을 지닌 회사가 장기 CP 시장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로 시장의 놀라움을 사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달처 다각화의 첫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는 차환 뿐만 아니라 첨단소재, 그린(Green), 바이오(Bio), 디지털(Digital) 등 4대 핵심 사업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성장재원 마련 목적의 자금 조달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에 SK㈜는 연내 회사채 시장에도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연내 추가 회사채 발행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예정대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가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해 조달처를 다양화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다"라면서 "장기 CP 발행이 회사채 시장을 포기한 결과라는 위기의식 조장은 오히려 자금시장 경색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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