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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유증 참여...국내 지주사법 규제 고려했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해외 법인 활용 가능성 대두

이호준 기자  2022-09-30 16:52:35
롯데케미칼의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요소 중 하나는 회사가 최근 단행한 미국 배터리소재 법인에 대한 유상증자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재원 확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우회 전략이라는 업계의 해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배터리소재 사업 법인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LBM)가 실시하는 27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LBM은 롯데케미칼의 100% 자회사다. 지난 6월 말 미국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을 위해 설립됐다.

LBM은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롯데케미칼 측은 공시를 통해 "LBM 지분 취득 목적은 일진머티리얼즈 주식회사의 지분 인수 등에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인수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이번 유상증자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규정 회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기 위한 행위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주회사 아래 자회사→손자회사→증손자회사까지의 지배구조만 허용된다. 다만 이때 지주회사는 증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2년의 유예기간 안에 증손자회사 지분을 내다 팔아야 한다.

롯데지주의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려면 일진머티리얼즈 자회사의 지분을 100% 인수하거나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현재 말레이시아 동박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아이엠지테크놀로지의 지분 86.21%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엠지테크놀로지의 몸값은 상반기 말 기준 1조7000억원에 넘는 상황이다. 행위규정에 제한을 받는 IME(자산총액 500억원) 등 기타 자회사 지분 인수 자금까지 합산하면 약 3000억원이 넘는 인수 금액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매각을 고려하기는 어렵다.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인 아이엠지테크놀로지는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생산에 있어 전진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산시설을 다른 곳에 다시 짓거나 수천억원을 내고 나머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하지만 우회 전략도 있다. 해외 법인을 활용하면 행위제한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국내 법인에만 법 적용이 한정되고 해외법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역외적용에 제한이 있는 것이다.

LBM 유상증자가 딜 구조를 고려한 작업으로 보이는 이유다. 만일 LBM이 롯데케미칼과 함께 인수 주체로 나서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면 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에서 벗어나 추가 부담을 지지 않고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배구조상 일진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아이엠지테크놀로지를 롯데지주의 증손자회사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며 "향후 인수가 성사된다면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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