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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새길 찾는 건설업계

팬데믹이 부른 변화, 해외·오프라인 홍보활동 '제로'

①GS건설·삼성물산 등 대형사 '두문불출', 엔데믹 시대엔 '다른 전략' 불가피

성상우 기자  2022-08-26 11:09:44

편집자주

2020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IR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갑작스레 불거진 가운데 가만히 있어도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예상 밖 상황을 맞은 영향이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뜩이나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를 받는 건설사들은 이제 IR 기조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대형 상장 건설사를 중심으로 IR 전략 변화상을 살펴본다.
IR(Investor Relations)은 말 그대로 기업이 투자자들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활동이다.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홍보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한창 성장기에 있거나 공격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려할 때 그 필요성이 크다.

국내 건설사들도 과거 '잘 나갈 때' IR을 기업 활동의 메인 이슈로 다루던 때가 있었다. 주요 증권사들이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는 물론이고 홍콩, 싱가폴 등 해외 주요 금융거점 도시들에서 끊임없이 행사를 했다.

지난 몇년 동안 건설업계에서 이 같은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장성의 제약 등을 이유로 '재미없는 종목'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IR 필요성에 대한 투자자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본업에서 벗어난 신사업 포트폴리오의 강화 등을 통해 '재평가' 기회를 찾아야 하는 때다.

◇코로나19 분기점, 주가상승·시장호황에 IR 필요성 떨어져

국내 건설업의 경우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미 전성기가 지난 성숙기 산업으로 여겨진다. 다만 기간을 쪼개서 보면 성장기와 쇠퇴기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산업군이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도시 정책 및 개발 계획에 따라 사이클이 반복되기도 하고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이동에 따라 부동산과 건설산업이 크게 움직이기도 한다. 중동이나 이머징 국가들의 대규모 개발 계획이 국내 건설산업의 호황을 다시 이끌기도 한다.

국내 건설사들의 IR 역시 이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는 편이다. 시장 침체기에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IR을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산업 호황기 때의 IR 니즈가 더 높은 편이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건설사들의 IR 활동은 눈에 띄게 축소됐다. 해외 컨퍼런스나 NDR(Non Deal Roadshow)처럼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행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국내 컨퍼런스도 이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는 IR 활동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도 많다. 그나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곳들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IR 활동이 비대면 형식이다.

대형 건설사들 역시 IR 활동을 크게 줄이는 분위기다. 2019년까지 많게는 한 해에 수십차례까지 개최하던 대형사들의 IR 행사는 2020년에 한자릿수로 빈도가 줄었다. 연간 기본 수차례 이상 진행되던 해외 IR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그나마 주요 증권사들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국내 컨퍼런스들마저 비대면 형식으로 대체됐다.


현대건설 사옥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였다. 국내외를 통틀어 오프라인 대면 IR 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했다. 주요 대형사들은 분기별 실적발표를 위한 설명회 같은 가장 기본적인 활동만 유지하는 형태로 IR 기조를 전환했다.

팬데믹 탓에 실물경제는 위축됐지만 유레없는 유동성 공급 덕분에 자본시장은 활황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이유였다. 전 세계 주요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국내 증시 건설섹터 역시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시총 상위권에 랭크된 국내 상장 건설사들은 일제히 2020년도 하반기부터 2021년도 상반기 사이 드라마틱한 주가 랠리를 겪었다. 별다른 IR 활동이 없어도 주가가 저절로 오르던 시기였다.

이 시기 국내 주택 시장이 호황기로 전환된 것 역시 IR에 소홀했던 주요 이유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수익성이 높은 국내 주택·개발사업은 건설사들이 대규모 추가 자금 조달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축적시킬 수 있게 해줬다.

◇대형사 일제히 해외 IR 축소, 국내 오프라인 홍보 재개 움직임

회사별로 보더라도 이같은 기조 변화는 확연히 드러난다. GS건설이 가장 대표적이다. 분기별 실적 발표건을 제외하면 2018년 10회 가까이 이뤄졌던 투자자 대상 IR은 2020년 이후 5회 이하로 줄었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 역시 감소세가 확연하다. 대우건설은 팬데믹 이전에도 IR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진 않았다. 현대건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빈도수가 줄긴 했으나 그나마 가장 적극적으로 이전 수준의 IR 활동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도 GS건설 IR 개최 내역

하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적극적인 IR이 필요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누렸던 주가의 대세 상승 사이클은 이미 끝났다. 상장사 중 5대 건설사들의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30~40% 수준 낮아졌으며 하반기 이후 실적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주가 부양이 필요한 시기다. 때맞춰 팬데믹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진정세를 보이면서 국내에선 오프라인 IR이 다시 재개되는 양상이다. 해외 IR 재개 시점도 머지 않았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건설사들은 IR 전략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춰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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