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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건설사 밸류 분석

동문건설, 가파른 실적 개선…기업가치 '3000억' 도약

EV/EBITDA 멀티플 6배 적용시 유리, PBR 방식 불리

성상우 기자  2022-06-08 18:17:02

편집자주

건설업계에는 상장 후보들이 많다. 상장 건설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조 단위 시총 이상 대어급이 즐비하다. 최근 수년간 최적의 상장 타이밍을 노려온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할 분위기다. 주요 상장 후보 건설사들의 기업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를 조명해보는 동시에 각사의 IPO 전략도 살펴본다.
자본시장에서 그동안 비상장 건설사들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실 동문건설은 별로 언급되지 않았다. 장기간에 걸친 지루한 재활기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뒤 이듬해부터 10여년간 '워크아웃(채권단 관리)'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다.

장수생이었지만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동문건설은 그 이후부터 빠르게 사세를 키우고 있다. 2016년 2000억원대 수준이었던 연매출은 5년만에 2배 수준인 4000억원대로 끌어올렸고 순이익 규모도 300억원대로 뛰었다. 졸업 이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100% 아래로 떨어뜨렸다. 정상기업의 재무구조다. 워크아웃 기업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내부적으로 아직 IPO 논의가 나오고 있진 않지만 기업 정상화를 이룬 만큼 당장 상장을 추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창업주에서 2세로 이어지는 승계 작업도 어느 정도 완성됐다. 2세 남매 간 추가 교통정리가 필요하지만 장녀 경주선 부회장으로의 승계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동문건설은 전체 지분의 98%를 총수일가 및 특수관계자가 소유하고 있어 워크아웃 졸업 이후 시장 가치가 제대로 책정된 적은 없다.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구주가 없고 고 3~4년 내 증자가 단행된 내역도 없다. 최근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밸류에이션 툴을 적용해보는 게 동문건설의 기업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동문건설의 경우 수익성 지표를 기반으로 한 방식을 적용하는 게 밸류 극대화 측면에서 유리하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실적이 매년 견조하게 개선되고 있다. 꾸준한 우상향 흐름이라 역대 실적 중 최근 실적이 가장 좋다는 점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동문건설의 지난해 상각전 영업이익(EIBTDA)은 540억원이다. 여기에 국내 대형사 평균 멀티플인 6배를 적용하면 약 3240억원이 나온다. 워크아웃 졸업 당시 약 50억원 수준이었던 EBITDA를 지난 2년여 간 10배 이상으로 키웠기에 3000억원대 밸류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국내 증시 건설섹터에 속해있는 상장사 중 동문건설과 비슷한 자산 및 매출(3000억~4000억원대) 규모를 가진 곳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3000억원대 기업가치는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다. 비교기업군(피어그룹) 10곳(진흥기업·자이에스앤디·세보엠이씨·화성산업·동원개발·일성건설·웰크론·남광토건·국보디자인·삼호개발) 중 시가총액이 4000억원을 넘는 곳은 동원개발이 유일하다. 단 동원개발의 경우 매출 규모는 400억원대로 비슷하지만 700억원대의 순이익과 1조원대의 자산총계 등 다른 지표까지 감안하면 비교군 중 고밸류를 받을만하다.

3000억원대 시총을 기록 중인 3곳(화성산업, 진흥기업, 자이에스앤디)을 보더라도 자산규모가 동문건설보다 2~3배 이상 큰 곳들이다. 그만큼 동문건설의 수익성 지표가 회사 규모에 비해 좋게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순이익(320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가치는 조금 낮아진다. 대형사 평균 PER가 10배 수준인데 비해 중견급 건설사들 PER는 5~6배 수준으로 국내 증시에서 저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종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동문건설에겐 다소 불리한 방식이다. 지난해말 기준 순자산은 2130억원으로 건설업종 전체 평균 멀티플로 간주되는 1배를 적용하더라도 전체 밸류는 2000억원대 초반에 그친다. 워크아웃 졸업 과정과 그 이후 꾸준히 자본 확충을 해왔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모양새다. 실제로 3000억원대 시총을 받는 비교기업들의 자본총계와 비교해보더라도 2000억원대는 가장 낮은 수치다.

중견건설사 밸류에이션에서 EV/EBITDA 방식에 따른 밸류가 가장 높게 나온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현재 비상장으로 남아있는 중견 건설사들 대부분이 EBITDA, 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보단 자산가치 기반인 PBR 방식을 적용했을 때 밸류가 더 높게 나왔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본 비축 기간이 짧았던 반면 최근 실적 개선 속도는 빨랐던 동문건설의 특수성이 반영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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