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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2022년 5월 기준 전체 1554개 코스닥 상장사 중 442개사(28%)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71개사가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메카로의 최대주주이자 수장인 이재정 대표는 회사의 창업자가 아니다. 2006년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투입된 '소방수'였다. 옛 솔믹스(현 SKC솔믹스)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이 대표는 창업자인 엔지니어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 일선에 나서 회사를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메카로는 옛 솔믹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2년 후 메카로는 또 한 번 지배구조의 변화를 겪었다. 메카로의 모회사였던 솔믹스가 SKC에 인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메카로는 SKC의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갑작스러운 손바뀜 이슈에 이 대표는 본인의 전 재산뿐 아니라 가족의 지원까지 받아 회사를 인수하며 2009년 단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임직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가 구축한 확고한 오너십이 메카로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배경이다.
메카로는 2000년 설립된 메카로닉스가 전신이다. 창업자는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인 장혁규 메카로에너지 이사와 정태성 전 메카로 사장이다. 이들은 원자층 증착 장비(ALD)를 개발하기 위해 둥지를 떠나 자신들만의 회사를 꾸렸다. 창업 후 6년여간 기술 개발에만 집중했던 두 창업자는 뜻밖의 경영난에 봉착했다. 자금 부족 등으로 기술 개발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SK하이닉스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 대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수락하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당시 형의 회사인 솔믹스에서 영업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던 이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메카로닉스에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솔믹스는 메카로에 23억원을 출자, 지분 53.25%를 확보했다. 44만3700주의 자사주를 매각하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06년부터 소방수로 투입돼 조직을 살피고 지원 업무에 힘을 쏟았다. 임직원과 함께 '기업 가치 1조원, 영업이익률 30%' 달성이란 목표를 세웠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창업자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이 대표는 이 기술을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키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회사 경영이 안정세에 접어들며 성과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반도체 필수 소모품이자 메카로의 핵심 사업인 '히터블록'과 '전구체'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메카로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양사 모두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은 흔치 않다는 평가다. 핵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면서 얻은 쾌거다.
안정적이던 메카로에 변화가 찾아왔다. 2008년 모회사였던 솔믹스가 SK그룹에 매각되면서 SKC의 손자회사로 편입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임직원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SKC와 협상을 진행했다. 1년여간의 고생 끝에 솔믹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을 매입해 SK로부터 독립했다. 이 대표의 전 재산뿐 아니라 부모의 재산까지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가족의 도움을 디딤돌 삼아 2009년 5월 이 대표가 단일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메카로 지배구조에 '친인척'이 다수 등장하는 배경이다. 2022년 3월 말 기준 이재정 대표는 지분율 27.97%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형이자 옛 솔믹스 창업자인 이재홍 대표가 19.32%의 지분으로 2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 12월에 사명을 메카로로 변경했다. 메카로는 공학 기술을 의미하는 메카트로닉스의 줄임말인 '메카'와 한자 '길 로(路)'자를 합친 말이다. 회사가 '모든 기술이 통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담았다. 이후에도 외형 성장세가 지속됐고 2017년 코스닥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코스닥 상장 당시에 이 대표와 가족, 임원 등의 지분율은 76.67% 수준이었다. 이 외에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 5.62%의 지분을 보유해 5%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 외에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보광창업투자 등도 메카로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 등으로 메카로의 재무적투자자(FI)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장 과정에서 FI가 엑시트하며 이 대표와 이재홍 전 솔믹스 대표 두 명만 5% 이상 주주다.
친인척 지분율은 일부 변동은 있었지만 큰 수준은 아니다. 창업자인 정태성 전 사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회사를 떠나면서 지분을 정리했다. 장혁규 이사는 4%대의 지분율을 유지하며 회사 '뿌리'로서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