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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의결권 톺아보기

"하이브 스톡옵션 막아라" 운용사 과반 반대 의견

사외이사 직무 독립성 훼손 우려 지적

조영진 기자  2022-05-18 17:33:37

편집자주

스튜어드십 코드는 피투자 기업의 성장과 수익자의 이익 증진을 위해 수탁자가 책임져야하는 의무다.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200여개 운용사들은 같은 안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며 의결권을 행사했다. 더벨은 이들의 주주 활동을 점검해보고 기업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하이브에 의결권을 행사한 자산운용사들 중 과반수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뜻을 모았다.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행사 가능하다는 점과 퇴직 전에도 스톡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문제점으로 꼽혔다. 사외이사의 직무 독립성 훼손 우려도 주요 지적 대상이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올해(2021년 4월초~2022년 3월말) 주주총회에서 여러 운용사들에게 총 24건의 반대 의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운용사들이 의결권을 행사한 353개 법인 중 아홉 번째로 많이 받은 반대 의견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반대 의사를 피력한 곳은 하이브 외에도 △셀트리온(50건) △에스엠(44건) △KB금융지주(37건) △하나금융지주(34건) △신한지주(29건) 등으로 나타났다.

하이브에 던져진 반대표는 대부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안건에 집중됐다. 24건의 반대 의견 중 16건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안에 쏠렸고 정관변경 반대안에 6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에 2건 반대표가 행사됐다. 또 하이브에 의결권을 행사한 25개 운용사 가운데 13곳이 스톡옵션 부여 안건에 반대하며 과반수 일치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는 매해 주주총회 시즌마다 주주들에게 지적받는 주요 논란거리 중 하나다. 시가 대비 낮은 가격에 매입된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임직원의 장기근속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지만, 정작 주주들의 이익 제고엔 무심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하이브는 상장 후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식매수선택권과 관련된 정관 변경을 시도했다. 스톡옵션 부여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10%에서 15%로 확대한다는 게 안건의 주요 내용이다. 또 하이브는 ‘이사회 결의로 기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 승인의 건’과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을 차례로 상정했다. 당시에도 반대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이 안건들은 모두 원안대로 승인 처리됐다.

부결을 이끌어내진 못하더라도 올해는 반대 의견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운용과 KB자산운용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13개 운용사들은 올해 하이브의 스톡옵션 관련 안건에 대해 보유주식 전량을 반대표로 사용했다. 운용사들이 속속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내부 지침을 세운 결과, 거버넌스(G)와 관련된 평가 기준도 더욱 엄격해지는 분위기다.

운용사들이 스톡옵션 부여에 반대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하이브의 주식매수선택권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행사 가능한 '고정부' 스톡옵션이라는 점, 부여 대상이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직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퇴직 전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는 조항이 누락돼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된다는 점 등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사외이사에게 경영 성과나 주가 등에 비례하는 보상을 부여하면 유인체계를 왜곡해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들을 견제·감독하는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KB자산운용 또한 "사외이사에게 퇴직 전 행사 가능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해 주주가치 희석이 우려된다"며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행사 가능한 '고정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는 매수선택권 관련 지침상 결격사유에 해당돼 반대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사외이사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대해 퇴직 이후 행사 가능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스톡옵션은 행사기간이 도래할 경우 퇴직 전에 매도하거나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만약 퇴직 전이라면 감사인 본인이 견제 모니터링을 하면서 회사 경영 성과를 조작하거나 방조하는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5개 운용사 가운데 하이브의 스톡옵션 부여 안건에 찬성한 운용사는 다섯 곳이다. 이 운용사들은 검토 결과 법과 수익자의 이익에 반하는 특별한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DS자산운용, 브레인운용, 브이앤에스운용, 에스피운용, 티아이운용 등 5개 운용사는 이와 관련된 의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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