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한 자산운용사들이 바이오 기업들의 분식회계 책임자들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코스피 시가총액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내이사 선임 건과 관련해 다수 반대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유독 바이오사들의 분식회계 논란이 많다. 임상시험이나 신약개발 비용 등은 복잡함과 특수성으로 뚜렷한 회계 기준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이익이 나진 않더라도 미래 수익을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자산화가 가능하다. 연구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지 자산으로 계상할지에 따라 기업 실적이 갈린다. 비용일 경우 순이익이 줄어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4년 연속 적자를 내다 2015년 2조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지분율 91.2%)를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 장부금액을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대로 재평가해 회계 장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면서 기업가치가 16배 급등했다.
셀트리온도 연구개발비를 과대 계상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감사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감사 결과 3개사는 개발비를 과다하게 산정하거나, 재고자산의 평가손실을 반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의적인 분식회계는 아니지만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분식회계 논란 책임자들(사내이사, 감사위원 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다수 올라왔다. 기관투자자로 참여한 운용사 과반은 이들에게 책임 소지를 물으면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반면 일부는 약력 등 형식상 결격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찬성했다.
◇'분식회계 혐의' 삼성바이오 부사장 놓고 미래에셋-하나UBS 상반 의견
더벨이 올해(2021년 4월초~2022년 4월말)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21개사 중 10개 운용사가 김동중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중립의견으로 인한 불행사 제외)했다.
김동중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 부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 실장·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여러 기관들의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가결되면서 재선임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대신자산운용과 IBK자산운용, KB자산운용, DB자산운용 등도 검찰 기소 및 재판과 같은 전적과 기업의 분식회계 혐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미래에셋운용은 “분식회계 혐의는 기업 경영 투명성과 관련해 중대한 사안이지만 김동중 후보는 해당 논란으로 행정 처분에서 해임 권고 대상 임원으로 지정되고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며 “준법경영을 기반으로 회사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들고, 투명·윤리 경영 등 적격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마이다스에셋운용은 “김동중 후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합작계약 약정사항을 재무제표 주석에 미기재(공시위반)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경영지원실장으로서 재무를 담당했다”며 “기업가치 훼손에 따른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UBS운용은 “김동중 후보자는 최대주주와 관계가 없고 법률상 결격 사유나 체납사실이 없을뿐만 아니라 동사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안목을 보유 중”이라며 “재무최고책임자로서 신사업 투자 총괄 등 경영성과 창출이 기대되므로 수익자 권익 보호에 문제가 없어 재선임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화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교보악사운용 등은 “후보 약력과 활동내역 등을 검토한 결과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김형기 부회장 재선임 두고도 시각차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서는 9개사 중 6곳이 반대했다. 김 부회장은 셀트리온을 거쳐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셀트리온 대표로 재임 중이던 2015~2018년,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이 드러나 제재를 받았다. 운용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운용은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더라도 후보가 재직한 회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회계처리상 과실이 연이어 발생했다”며 “김 후보는 회사 내부통제 결함, 그로 인한 기업 제재 위험과 평판 훼손, 주주들의 막대한 손실 등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반대 이유를 들었다.
KB운용, DB운용과 NH아문디운용도 “김 후보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속한 2018년에 사내이사로 재직한 것을 고려하면 전문성 및 역량 등 사내이사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삼성자산운용과 에셋원자산운용(현 웰컴자산운용),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운용은 “후보자 경력 등을 검토한 결과 이사 선임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코레이트운용은 “당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조항2에 따라 사내이사로서 결격사유가 없다”고 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총회 안건에 올라온 감사위원 이사 재선임(최응열, 라현주, 정운갑) 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분식회계 추정 기간에 감사위원 이사직을 수행했던 인물들이다.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 DB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반대했다.
이들은 “후보들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속한 2018년에 감사위원으로 재직했다”며 “이에 충분한 지식과 경륜을 갖춰었다 판단하기 어렵고 감시 의무 소홀 이력이 있는만큼 결격 사유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이트운용, 삼성운용, 미래에셋운용, KB운용은 “주주이익에 반하는 사항과 결격사유가 없다”며 모두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한편 NH아문디운용은 최응열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 라현주와 정운갑 후보 재선임 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