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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 장기CP 시장 긴급점검

감독 사각지대인가, 암묵적 용인인가

④금융당국, "장기CP 문제될 정도 아냐, 상시 모니터링"

이상원 기자  2022-05-20 10:28:57

편집자주

장기CP 시장이 뜨겁다. 금리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회사채를 외면하자 발행사들은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장기CP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시장 팽창으로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 CP의 경제적 실질은 공모 회사채와 동일하지만 사모형태로 발행되면서 비롯되는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벨이 장기CP 시장을 긴급 점검해본다.
국내 장기 기업어음(CP) 시장이 팽창하면서 금융당국의 사각지대를 넓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전사 조달 다각화 요구는 이런 현상을 심화한다는 분석이다. 회사채를 제외하면 장기물 조달 수단으로 장기CP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에서 암묵적 용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반해 금융당국은 문제될 정도로 장기CP 발행량이 늘었다고 보지 않고 있다. 다만 투자자를 보호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은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CP시장 규제 오래된 노력

장기CP는 2009년 자본시장법 도입과 함께 국내에서 발행되기 시작했다. 당시 CP 만기 1년 제한이 풀리면서다. 그러다 2012년 불투명한 시장구조, 발행사의 공모 규제회피 등이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의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2011년 LIG건설의 CP 불완전판매는 시장에 대한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은 이때부터 장기CP를 비정상적인 조달 수단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 365일물 이상의 CP 발행시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금융감독원 김용범 자본시장국장이 이를 주도했다. 당시 정보공개를 강화해 CP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금감원은 회사채와 장기CP 사이의 규제차익을 없애고 장기CP의 과도한 발행을 억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통상적으로 장기CP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에도 회사채와 달리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아 조달 편의성면에서 규제차익이 발생한다. 일괄신고서 한도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당시 대책들이 시행되면 CP 시장이 건전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규제회피를 방지함과 동시에 CP가 회사채 시장을 잠식하는 ‘구축효과’ 역시 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13년 전자단기사채를 도입해 장기적으로 CP를 대체하고자 했다. 하지만 약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주요 조달 수단으로 CP가 활용되고 있다.

이는 편의성면에서 여전한 규제차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단채는 실물로 발행되는 C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채금액 1억원 이상, 만기 1년 이내 등 CP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자화로 발행해 유통을 쉽게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투자자모집, 발행금액, 만기설정 등에서 편의성 높은 장기CP를 선호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체 자금조달 규모의 선제적 관리가 가능하고 조달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 왔다”면서도 “장기CP가 존재하는 것은 자금조달 시장에서 일종의 규제차익이 어느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전사 조달 다각화 요구…“CP 급증과는 무관”

장기CP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금리 인상 이후 발행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악화되며 투자 수요가 급감하자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금감원이 발표한 '여전사 유동성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으로 여전사에게 장기CP 발행의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규준은 여전사의 여전채 의존도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물 조달 수단으로 장기CP를 제외하면 대안이 마땅치 않다. 여기에 크레딧 하향 압박을 받고 있는 일반기업들까지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장기CP를 인정하고 발행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장기CP를 정상적인 조달 수단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CP가 본드에 비해 전과가 더 많기 때문에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며 "담당자의 세대교체로 규제 당국이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장기CP 발행을 촉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침에 따라 여전채 조달 비중을 낮춰야 할 경우 전단채와 일반 CP 등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사들이 주요 조달 수단으로 장기CP를 늘리면서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규준은 장기CP 발행량 증가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특히 발행량이 아직은 문제될 정도는 아니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준의 취지는 위기가 발행했을 때 조달원이 한군데로 편중돼 있는 것 보다 조달원 다각화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이런 부분이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CP를 발행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장기CP가 당장 문제라고 판단하지 않아 이와 관련해 발행사에 별도의 우려를 전달하지는 않고 있다"며 “보고서에도 조달원 항목이 있어 파악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감사국 상시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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