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룡'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이 자그마치 5조22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이 이익으로 내기 힘든 숫자를 손실로 냈다.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전력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답은 '전기 요금 현실화'이지만 정부와 시민사회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뜨뜻미지근한 모양새다.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과 비용을 대신 짊어진 한전을 더벨이 살펴본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21년 결산분에 대한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한다. 이에 따라 올해도 한전은 '성과급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회사는 5조원 넘는 역대 최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단 올해 성과급 규모는 지난해 지급한 2020년 결산분에 대한 성과급 규모보다는 적을 것으로 파악된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더벨과 통화에서 "2021년 결산분에 대한 성과급이 결정됐다"며 "규모는 2020년 결산분보다 적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 등은 곧 공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지난해 2020년 결산분에 대해 직원들에게 평균 794만원의 성과급(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했다. 사장에겐 1억980만원, 상임감사에겐 7320만원, 다른 상임이사에겐 7403만원을 지급했다.
단 2020년은 2021년과 달리 영업흑자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해였다. 지난해 한전은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판매하면서 별도기준으로 7조4255억원의 영업적자와 5조60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순손실로 한전은 지난해 결산분에 대한 배당도 지급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원가보다 저렴한 전기요금 수준이 더 악화하면서 손실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1분기 순손실이 지난해 연간 순손실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한전 주가는 25년 전보다 낮은 2만원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고 일반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보다 규모는 적다고는 하지만 성과급 지급을 결정하면서 올해도 관련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한전은 대규모 순손실에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적잖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일반기업과 달리 한전은 기업 이사회가 아닌 최대주주인 정부가 한 해의 경영실적을 평가해 임직원 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다. 단 정부의 한전 경영실적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일반기업에서처럼 재무적 성과가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한전 성과급 관련 평가지표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사회적 가치 구현'이다. 전체 점수에서 25%를 차지한다. 사회적 가치 구현의 하위 평가지표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5개다.
전체 점수에서 이익과 부채비율 등 일반적인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재무예산 운영·성과'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처럼 재무적 성과가 아닌 사회적 가치 구현을 더 중요하게 보는 평가체계는 대규모 순손실에도 정부와 한전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다.
실제 2021년 결산분과 동일하게 조 단위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낸 2018년 결산분과 2019년 결산분에 대해서도 정부와 한전은 2019년과 2020년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성과급 평가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대규모 순손실에도 성과급 지급과 그에 따른 논란은 반복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 정책으로 대규모 순손실을 감내한 한전의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한전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오는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1kWh당 3원 인상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전은 비용 절감, 유휴 자산 매각 등으로 부족한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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