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이크론은 지난 몇년간 대규모 시설자금 투입으로 부채와 차입금이 대폭 늘었다. 주고객인 삼성전자향 테스트 장비 도입, SK하이닉스와의 풀턴키(Full turn-key) 계약에 따라 증설을 지속 추진한 데 따른 영향이다.
추가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채비율이 180%를 넘어서고 차입금의존도가 50%를 웃돌자 일반적인 차입은 부담이 컸다. 이에 하나마이크론은 영구전환사채(CB)를 뽑아들었다. 자본으로 인식되는 영구채 특성상 부채·차입금 증가 부담이 없는 묘수다.
◇수년간 CAPEX 확대, 작년에도 4000억 넘는 투자하나마이크론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84.6%로 전분기(160.1%)는 물론 전년(138.6%)대비로도 대폭 치솟았다. 빚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인데 부채 증가율은 53.2%, 특히 차입금이 4908억원에서 7665억원으로 늘었다. 차입금 증가 원인은 시설투자(CAPEX)다. 지난해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순유출 규모는 4089억원으로 지난해(184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설비 구매 및 공장 확장 등 유형자산 취득이 1786억원에서 4201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방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수년간 생산능력(캐파, CAPA)을 늘려왔다. 반도체 제조공정의 난이도 상향으로 식각장비 내 실리콘 부품 채용량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2018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CAPEX 집행해 왔다. 2021년에는 삼성전자향 비메모리 테스트 장비도입 등으로 1800억원을 상회하는 투자가 진행됐다.
작년에도 패키징 부문 캐파 증설, 해외법인 설비투자, 하나머티리얼즈 생산설비 증설 등으로 4000억원을 초과하는 현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불황에도 하나마이크론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398억원 순유입이지만 이 정도만으로 투자규모를 감내하긴 어렵다. 결국 차입이나 증자 등 재무활동을 통한 외부조달로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투자 확대에 따른 차입금 부담은 2021년 14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어느 정도 해소했다. 2020년 각각 210%, 55.8%였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유증 이후인 2021년 말 138.6%, 40.2%로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베트남 자회사 하나마이크론비나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2억달러 규모의 시설대금 차입약정을 맺는 등 빌리는 돈이 많아지면서 부채비율은 물론 차입금의존도 역시 54.2%로 치솟았다. 업종별, 회사별 차이는 있지만 총자산에서 차입금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의존도는 통상 20~30%를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회계상 자본 인정 '영구CB'로 추가 조달하나마이크론은 최근 480억원 규모의 영구CB 발행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향 후공정 풀 턴키 전용 라인이 있는 하나마이크론비나의 증자와 사업지원에 활용될 자금이다. 발행대상은 교보 OSAT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시설대금을 빌렸음에도 추가 조달에 나선 이유는 전체 설비투자의 70% 수준까지 차입할 수 있고 잔여 30%는 자체 자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 때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치솟은 와중에 추가 차입을 하면 재무건전성 지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영구CB는 그런 점에서 묘수다. CB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채권이라 금리가 상당히 낮거나 제로수준이다. 이번에 발행되는 영구CB도 만기 30년에 만기이자율이 2.5%다. 또 영구채는 특성상 변제순위가 일반 채권 및 CB보다 훨씬 후순위에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하나마이크론이 이번에 발행하는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으로는 2.48%, 최대주주 최창호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27.9%)으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자본이 증가하는 만큼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또한 소폭 개선될 수 있다. 아울러 공식적인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 3년 후부터 중도상환옵션이 붙어있어 여유자금이 생기면 조기에 갚아 청산할 수도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이후 캐파 증설이 일단락되면 경상적인 투자액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규모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설 효과로 매출은 연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잉여현금 창출을 통해 점진적인 레버리지 축소도 가능하다. 다만 사업 특성상 전방 거래처 요청에 따라 캐파 증설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어 투자규모의 변동 가능성은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