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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흑연제품을 생산하는 티씨케이가 이사회 구성이나 견제기능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 마련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사회 개최 횟수나 이사진들의 출석률 등은 높은 편으로 이사회의 참여율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티씨케이는 일본 회사 도카이카본이 한국 제조회사와 합작법인으로 만든 한국 도카이카본을 전신으로 한다. 이에 현재 이사진들 가운데 절반이 도카이카본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인 위원회 구성 미흡…견제기능 등 전무 티씨케이는 반도체 및 실리콘웨이퍼의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장비의 부분품과 LED 및 반도체 소자제조 공정 장비용 부분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구체적으로는 고순도 흑연을 이용한 반도체 및 LED 장비에 쓰이는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1996년 일본 도카이카본과 국내 케이씨, 슝크카본테크놀로지의 합작 계약을 통해 설립됐다. 현재 최대주주는 도카이카본으로 지분율은 올해 반기 기준 47.4%다. 케이씨는 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도카이카본은 일본에서 1918년에 설립된 회사로 카본블랙, 흑연전극, 파인카본 등 탄소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다.
11일 더벨 THE CFO가 집계한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티씨케이는 견제기능에서 평균 1점으로 최하점을, 구성에서 평균 1.3점을 받아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얻었다. 위원회 구성이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의 기본적인 이사회 시스템 마련이 아직까지 미흡한 모습이다.
티씨케이의 이사진을 살펴보면 사내이사 세 명, 사외이사 한 명으로 구성됐다. 이사진 네 명 가운데 대표이사인 신 히데오 회장과 사토오 아키히코 이사가 모두 도카이카본 출신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일본 도카이카본이 이사진을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기본적인 위원회를 두고 있지 않다. 티씨케이는 아직까지 자산규모가 5000억원대로 상법상 이사회 관련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상장기업은 별도기준 자산 2조원을 넘으면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사외이사는 3명 이상으로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하는 등 여러 의무가 수반된다.
티씨케이의 이사회 평가 총점은 255점 만점에 93점에 그쳤다. 구성과 견제기능, 평가개선프로세스 평균은 모두 1점대에 머물렀고 참여도와 정보접근성은 각각 1.8점, 2점의 평균 점수를 얻었다. 경영성과가 평균 3.1점으로 총 점수를 견인했다.
견제기능 부문에서는 모든 항목이 1점을 받아 최하점을 나타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또한 사외이사 역시 총 네 명의 이사진 가운데 한 명에 그쳐 인적 구성 차원에서도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참여도로 '체면치레'…출석률 100%·이사회 개최도 잦아 티씨케이는 이사회 평가요소 중 참여도 부문에서 평균 1.8점을 얻어 경영성과를 제외한 부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작년 기준 연간 7회에 걸친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 개최 횟수 문항에서 4점을 얻었다. 출석률은 전 이사진이 100% 이사회에 참석하며 만점 5점을 기록했다. 신 히데오 대표이사 회장과 김영희, 타카하시 히로시, 시오츠브 에이스케 등 네 명의 사내 및 사외이사진들은 모두 7회에 걸친 이사회에 참여했다.
티씨케이는 경영성과 부문에서 평균 3.1점을 얻어 6개 평가항목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8.13%로 비금융기업 평균인 91.96%를 크게 밑돌았다. 순차입금/EBITDA 수치 역시 -2.70%로 5점 만점을, 이자보상배율은 2417.3%로 역시 5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