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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에도 주가 '미동', ㈜한화 밸류업 나설까

건설·글로벌 부문 실적 변동성 축소…"연말 밸류업 공시 검토 중"

이호준 기자  2024-11-05 16:03:18
㈜한화는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가 되려면 자산총계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지주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하나 ㈜한화는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체 사업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본래는 건설과 글로벌, 모멘텀 등 3개 사업부문을 보유했으나 올해 상반기 사업 재편을 통해 모멘텀 부문을 분리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개발과 인프라를 담당하는 건설부문과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부문 두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의 평가는 신중했다. 무엇보다 운영하는 사업 부문이 줄어들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은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기 쉬워 변동성이 크다. 글로벌 부문 역시 지난해 말까지 수익성이 다소 감소세를 보여 앞으로의 실적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570억원과 58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사업부문 분리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2%, -13%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217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개선된 흐름을 나타냈다. 특히 건설 부문 손실 축소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건설 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서도 건설 부문은 이번 분기 영업손실 34억원을 기록했으나 전 분기의 588억원 손실에 비하면 손실 폭이 크게 줄었다.

글로벌 부문도 210억원의 이익을 내며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건설과 글로벌 부문의 개선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배당 수익과 브랜드 라이선스 등 공통 분야에서도 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413억원의 이익이 발생해 전체적인 수익성 개선에 확실한 힘을 보탰다.

㈜한화, 지난 10년 간의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여전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 주가다. 5일 ㈜한화 주가는 2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0.74% 하락한 수준이다. ㈜한화 주가는 지난 7월 한화에너지의 ㈜한화 주식 공개매수가 진행 및 종료된 이후 잠시 3만원대 초반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3개월 넘게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 주가는 지난 수년간 2만원대 후반을 오갔다. 잠깐의 호재에만 3만원대 초반을 넘기는 둔감한 주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 실적 신기록도 여러 번 세웠지만 주가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그룹이 일부러 주가를 억제한다는 시각과 자회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분석만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주주환원 확대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화와 비슷한 기능의 지주사들은 이미 밸류업 계획을 추진 중이다. SK㈜는 지난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ROE 10%, PBR 1배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LG는 8월에 밸류업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고 공시했다.

㈜한화도 지난 9월 이사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결하며 주주환원에 나섰다. 다만 이 소각은 단순한 시장 매입 방식이 아니라 올 상반기 이차전지 장비사업 전문화를 위해 모멘텀 부문을 떼내며 기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취득한 구형우선주와 제3우선주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내부적으로 연말에 밸류업 공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룹 내에서는 한화생명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기조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밸류업 흐름에도 동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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