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하는 비상장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가 소룩스를 대상으로 111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기존 미국 임상(3상)으로 계획했던 주력 파이프라인이 미국을 너머 유럽·중국을 포함한 MRCT(Multi Region Clinical Trial)로 확대된 데 따른 자본확충이다.
그럼에도 2022년 단행한 1345억원의 프리IPO와 동일한 포스트밸류(투자 후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약 2년 사이 중요한 사업화 성과를 더했지만 가치평가에 반영하기보다 빠른 자금 조달 루트를 택했다.
◇소룩스 첫 신주 인수로 111억 베팅, 2022년 프리IPO와 같은 주당 발행가액 아리바이오는 소룩스를 대상으로 111억4997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계약에 따른 주금 납입일은 내달 2일로 예정했다. 소룩스가 자금을 납입하고 나면 아리바이오의 신주 41만2962주를 내달 16일 교부받는다.
2022년 단행한 프리IPO 이후 첫 공식적인 펀딩이다. 그간 별도의 구주 거래도 있었고 소룩스가 주요 인수자로 나선 사례도 있지만 아리바이오로 직접 자금이 향하는 건 2년 만이다. 별도의 투자 라운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리바이오가 2022년 단행한 1345억원 규모의 프리IPO와 주당 발행가액(2만7000원)이 동일하다.
아리바이오는 비상장 바이오벤처로 시세가 확정되지 않은 주식 거래를 위해 평가기관의 별도 판단을 받았다. 아리바이오는 2018년 정재준 대표 체제에 들어서 기존의 화장품 및 건기식 사업을 축소하고 치매 치료 기업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마지막 조달 이후 약 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핵심 파이프라인 AR1001의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3상 환자모집이란 사업화를 중이다. 몇개 국가는 아직 승인 이전이지만, 마지막 펀딩 시기와 놓고 보면 중요한 사업화 성과가 추가된 셈이다. 그럼에도 가치평가 국면에서 이를 별도로 어필하거나 인정받지 않은 모습이다.
임상을 뒷받침할 빠른 자금 확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임상 3상 지역이 미국에서 글로벌로 확대됐고, 이에 따라 인원도 800명에서 1200명으로 늘어났다"며 "이번 유증은 늘어난 임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속속 사업화 성과 추가되지만 수익전환+상장 성공 등 과제로 아리바이오 AR1001은 다중기전 경구용 치매치료제다. 세부적으로 PDE-5 억제(inhibitor)를 통한 뇌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CREB, 크렙)·윈트(Wnt)·자가포식(Autophagy) 활성화다. 기전은 복잡하지만 앞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PDE-5 인히비터(Inhibitor) 약물 재창출 가능성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관심을 두던 영역이다.
PDE-5 인히비터는 알츠하이머와 거리감이 있어보인다. 그러나 아리바이오는 그간 AR1001의 임상에서 다중기전과 관련한 객관적 데이터를 공개했다. AR1001의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가능성은 SCI급 논문 게재를 거쳐 이번 진행하는 전 세계 1200명 이상의 임상환자를 통해 AR1001의 유효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최종 국면을 맞았다.
아리바이오는 정 대표 체제 들어 기존 건기식 회사 이미지를 벗고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으로 역량을 쌓는 데 성공했다. 다만 세 차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이를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계속 고배를 마셨다. 이번 소룩스가 구주 인수에 이어 신주까지 확보하면서 확실한 자금 조달 창구로 기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번 소룩스를 대상으로 한 3자유증의 적정 주당가액을을 평가·산출한 이촌회계법인은 아리바이오의 현금흐름 정상기간을 약 23년 뒤인 2046년으로 가정한 점이 눈길을 끈다. 아리바이오가 전망하는 AR1001의 임상 완료 시기는 202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