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을 개발 중인 아리바이오가 조명 전문기업 소룩스에 흡수합병된다.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의 정재준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이면서 아리바이오의 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한 업체다. 아리바이오는 모기업에 흡수되면서 상장사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소룩스는 신약이라는 성장 모멘텀을 얻는다.
◇존속법인 소룩스, 사명은 아리바이오로 '신약사로 전환'
소룩스는 9일 공시를 통해 아리바이오와의 흡수합병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합병 후 존속회사는 소룩스, 소멸회사는 아리바이오다. 합병 후 존속회사의 사명은 아리바이오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 1일로 합병비율은 1대 2.5032656이다.
아리바이오와 소룩스의 관계의 시작은 작년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5월 정 대표는 소룩스 경영권을 인수했다. 소룩스 최대주주였던 김복덕 전 대표가 보유하던 구주 100만주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소룩스 최대주주 지분 및 경영권 인수에 정 대표가 들인 자금은 대략 600억원이다.
이후 소룩스는 곧바로 아리바이오 지분 매입에 착수했다. 경영권 변경 직후인 6월 말과 7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정 대표를 포함한 성수현 전 아리바이오 부회장, 정재현씨, 한국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였다. 올 초에도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지분을 매입했다.
소룩스가 정 대표의 아리바이오 지분을 연이어 매입해 그가 소룩스 인수에 들인 자금을 일부 보전해준 셈이다. 소룩스가 총 394억원에 달하는 정 대표의 아리바이오 지분을 매입하면서 정 대표는 소룩스 인수 자금의 3분의 2가량을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소룩스→아리바이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새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과정은 아리바이오의 신약개발에 대한 고민이 묻어있다. 신약 임상을 위한 조달을 위해선 상장사 지위가 필요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다국가 임상 3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대규모 자금 조달이 절실하다.
아리바이오는 그간 증시 입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술특례제도를 통한 코스닥 입성을 추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18년, 2022년에 이어 작년까지 세 번이나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신약개발사에 대한 상장 허들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더해 치매라는 미지의 영역을 타깃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아리바이오는 상장 지위, 소룩스는 신약 모멘텀 확보
소룩스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양사 합병의 추진 배경 및 당위성 등을 포함한 설명문을 올렸다. 이번 흡수합병 결정이 양사 주주 모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회사와 주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리바이오는 현재 치매 정복의 8부 능선에 다다른 AR1001의 글로벌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점에서 상장을 더이상 미루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아리바이오가 소룩스와의 합병으로 상장사로 입지가 올라가는 데 따라 조달 외 부수적인 효과도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 합병을 통해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자본시장에 편입되면서 아리바이오에 뒤따르는 다양한 의문과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아리바이오측 관계자는 "2025년 말~2026년 초 임상 종료, 2026년 톱라인 결과 발표와 신약 허가 등을 앞두고 있기에 기술성평가 재추진에 경영 자원과 시간을 소모할 여유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기술평가 특례상장 준비와 과정을 재추진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적·물적 자원 투입 등 소모적인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아리바이오의 주권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우회상장' 해당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소룩스 측은 "향후 법과 제도에 따라 합병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