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사진)가 두 번째 임기를 맞아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의 격차를 한층 좁히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에서 진전을 보이며 '1등 삼성'이라는 삼성그룹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을 바탕으로 김 대표가 무난하게 삼성그룹 차원의 검증대를 통과할 지도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매년 10월 계열사 경영성과를 통해 11월에는 사장단 인사를 결정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볼 때 김 대표에 대한 재신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2020년부터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남은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김 대표의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 '1강 3중' 구도를 양강 체제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2010년대까지는 신한카드의 독주에 KB국민·삼성·현대카드가 경쟁해 왔지만 김 대표가 2020년 취임한 이후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순이익과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격차가 줄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1등 삼성' 목표에도 한 발짝 가까워진 해다. 올 상반기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36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2906억원) 대비 24.8% 증가한 수치다. 1위인 신한카드(3787억원)와 159억원 차이다. 지난해 격차(111억원)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순이익 증가율은 신한카드(24.2%)보다 0.6%포인트 앞선다.
순이익과 동시에 시장점유율도 신한카드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올 상반기 신용판매 취급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18.5%로 집계됐다. 신한카드(20.5%)와는 2%포인트 차이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사업 확장보다는 본업인 신용판매에 집중해 왔다. 삼성카드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신용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내실경영에 나서면서 비용 절감에도 성과를 냈다. 올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9444억원으로 전년 동기(9616억원) 대비 1.8% 하락했다. 대손비용은 14.9% 감소한 3716억원을 기록하며 건전성 확보에 기여했다.
특히 연체율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2년 이후 줄곧 1%를 넘었던 연체율이 다시 0%대로 내려오면서다. 올 상반기 삼성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99%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10%)보다 낮아졌다. 수익성이 높지만 차주들의 위험이 높은 단기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 잔고를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1조원 넘던 현금서비스 잔고는 9130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그룹 쇄신 기조, 금융계열사에 미칠 여파 주목
이처럼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잡은 삼성카드가 삼성그룹 계열사 평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매년 10월 말경 계열사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A, B, C 3등급으로 평가한 결과를 기준으로 계열사 대표들의 인사 방향이 정해진다.
올해는 삼성전자 실적 부진으로 경영진이 사과문까지 발표한 상황이라 그룹 전체에 쇄신 기조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금융 관계자는 "임기나 실적과는 상관 없이 1년에 한 번씩 교체 가능성을 안고 가는 것이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숙명"이라며 "금융계열사 역시 개별사 대표들의 임기가 얼마나 남았느냐보다는 삼성그룹의 인사 기조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견조한 실적에 더해 삼성카드의 '장수 CEO' 전통은 김 대표에게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삼성카드는 과거에도 주요 계열사를 거친 인물들이 장기간 대표직을 유지해 온 사례가 많다. 1998년부터 6년간 삼성카드를 이끌어 온 이경우 전 대표가 당시 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의 전임이었던 원기찬 전 대표도 6년 임기를 지냈다. 김 대표 역시 이러한 전통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