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DB손해보험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DB손해보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금융주는 대표적 저평가주로 여겨진다. PBR(주가순자산배율)이 1배 이상인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현재 주가가 기업의 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금융주들은 1배는커녕 0.5배 이상이면 '나쁘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DB손해보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PBR이 0.5배를 계속 밑돌았다. 2019년 말의 0.56배가 5년 사이 최대치다. 그러나 올들어 달라진 모양새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0.71배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꿈의 수치'로 여겨지는 1.0배에 이를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꾸준히 높아지는 PBR…삼성화재, 롯데손해보 이어 3위
보험업은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수혜를 크게 본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프로그램 도입이 최초 언급된 올해 초 이후 11개 상장 보험사 주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큰 폭의 상승세를 경험했다.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기준 상장 보험사들의 PBR을 살펴보면 한화생명이 0. 19배로 가장 낮고 삼성화재가 0.89배로 가장 높다. DB손해보험의 경우 0.72배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PBR이 0.7배 이상인 곳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롯데손해보험(0.77배)밖에 없다.
DB손해보험은 1962년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보험 전문 손해보험사인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로 출발했다. 1973년 일찌감치 상장했으며 1983년 DB그룹 품에 안겼다.
그간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커다란 변곡점이나 전환점 없이 꾸준히 우상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나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국내 주식들이 일제히 폭락했을 때를 제외하면 딱히 큰 폭으로 하락한 적이 없다.
상장 이후 DB손해보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올해 8월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주가는 올들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고공행진했다. 8월 장중 12만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좋은 흐름을 이어간 배경에는 회계기준 변경이 있다. 보험업계 전반으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DB손해보험은 특히 좋은 실적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지난해부터 이날(10월 16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무려 78%에 이른다. 같은 기간 PBR 역시 상승 흐름이 매우 뚜렷하다. 2022년 말 0.33배에서 2023년 말 0.49배로 높아졌고 올해 3월 말엔 다시 0.58배로 높아졌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0.71배다.
일시적으로는 1.0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보험주가 대체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일시적이나마 PBR 1.0배를 넘은 곳은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 DB손해보험밖에 없다.
◇순이익 증가폭 따라잡는 주가 상승폭…ROE도 20% 육박
DB손해보험의 PBR이 1.0배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2017년 업황이 개선되던 시기에도 평균 PBR이 1.0배를 넘겼다. 특히 10년 전인 2014년엔 1.6배에 이르기도 했다.
이 시기는 DB그룹이 계열사 경영난으로 일련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그룹 전반이 휘청이던 시기다. DB손해보험 주가 역시 한때 그룹 리스크로 주춤했으나 오래지 않아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오너 일가가 DB손해보험 주식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주가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최근 2~3년 PBR이 높아진 원인은 순자산 증가폭을 웃돈 주가 상승폭에서 찾을 수 있다. DB손해보험의 순자산은 2022년 5조502억원에서 2023년 8조675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순자산을 빠르게 늘리는 사이 주가는 한층 가파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꾸준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까지만 해도 6.89%에 그쳤던 ROE는 2020년 8.98%, 2021년 13.38%까지 상승한 데 이어 2022년에는 21.86%를 기록했다. 지난해 15.66%로 다소 주춤했으나 상반기 다시 19.87%로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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