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은 탑텐(TOP10), 지오지아, 앤드지 등 패션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패션 기업이다. 196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최근 자진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하며 소액주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신성통상은 이익잉여금을 3000억원 가량 쌓아뒀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도 주가를 올리기 위한 배당과 같은 주주환원 방안 대신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상폐를 선택하면서 소액주주들을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업의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결정하는 키를 쥐고 있는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돼있을까. 신성통상의 이사회 구성도 소액주주에 우호적인 결론을 내놓기는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 단 한 명뿐인 사외이사가 오너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업무와 회계를 감사하고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 또한 장기 재직하고 있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너 오랜 인연’ 김창일 사외이사 13년 만의 이사회 복귀 신성통상의 이사회는 줄곧 3명으로 구성돼왔다.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이다. 상법상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이 회사는 이사가 3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최저치다. 사외이사의 비중은 약 33% 정도로 별도 기준 자산 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에게 요구되는 25%를 충족하고 있다.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김창일 이사는 지난해 9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됐다. 김 이사는 1953년생으로 염태순 대표이사와 동갑이다. 그는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하티인터내쇼날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하티인터내쇼날은 핸드백 및 지갑 제조하던 회사로 현재는 문을 닫았다.
김 이사가 신성통상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이사는 2007년 9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신성통상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그는 염태순 대표와 오랜 인연을 발판으로 사외이사를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염 대표가 과거 가방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가나안 대표로 활동했을 당시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이해는 여느 사외이사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동종업계 기업을 운영했다는 점과 앞서 한 차례 신성통상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덕분이다. 신성통상은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김 이사가 “재무, 회계 분야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에 대한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만큼 대주주, 경영진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 김 이사는 지난해 9월 이후 열린 9번의 이사회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백홍근 상근감사 ‘19년째’ 장기 재직 중 신성통상의 상근감사 또한 회사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백홍기 상근감사는 19년째 신성통상 감사로 재직 중이다. 신성통상 등기 임원 가운데 염 대표 다음으로 오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 감사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또 임기를 2027년 9월까지로 3년 연장했다. 이를 모두 채운다면 신성통상에서만 20년 넘게 몸담은 ‘장기 재직자’가 된다.
백 감사는 1949년생으로 올해 75세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출신인 그는 앞서 운송·물류 전문기업 한국트라의 감사로 재직했다.
신성통상은 별도의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지 않다. 대신 상근감사가 재직 중이다. 상근 감사는 상근하면서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이로 별도기준 자산 총액 2조원 미만의 상장사는 감사위원회 대신 상근감사를 두면 된다.
상법상 상근감사는 별다른 임기 제한이 없다. 취임 후 3년 이내로 되어있지만 정관 또는 주주총회를 통해 임기를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무제한이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백 감사의 임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기 재직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에 감시·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김 이사가 상근감사로 재직한 최근 10년동안 그가 안건에 반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는 신성통상으로부터 지난해 보수로 6000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