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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바이오텍 in market

동국생명과학 2대주주 사모펀드, 오너일가 관계성 '눈길'

②예심 청구 앞두고 RCPS 전량 보통주 전환, 라이프밸류업 지분 23%

차지현 기자  2024-07-11 07:12:15

편집자주

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동국제약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과정을 보면 메자닌 활용이 돋보인다. 오너일가 개인 회사인 동국헬스케어홀딩스가 계열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상환전환우선주(RCPS) 덕분이었다. RCPS 콜옵션 행사로 동국제약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저가에 지분을 확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동국생명과학에 있어서도 RCPS는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최근 과거 발행한 RCPS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해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가 2대주주로 부상했다. 펀드 운용 주체가 동국제약 오너일가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RCPS 전량 보통주 전환, 사모펀드 통한 지배력 확대

동국생명과학이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56.11%를 보유한 동국제약이었다. 당시만 해도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분율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5월 31일 RCPS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됐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 기조와 발맞춘 행보로 분석된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을 앞둔 기업에 상장 예심 신청 전 RCPS의 보통주 전환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앞서 2020년 6월 동국생명과학은 285억원 규모로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발행한 RCPS 전량을 사들인 건 '라이프밸류업사모투자 합자회사'다. 이번 전환권 행사로 라이프밸류업 지분율은 4.17%에서 22.56%로 대폭 확대됐다. 동국제약 이어 2대주주로 단숨에 올라섰다. 이 때문에 동국제약 지분율은 45.34%로 10.77%p 축소했다.

단순히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 말고도 라이프밸류업을 들여다볼 이유는 많다. 동국제약, 더 나아가 동국제약 오너일가와도 연이 깊다는 점에서다.

먼저 3월 말 기준 동국제약은 라이프밸류업 지분 19.49%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라이프밸류업 해산 시 지분율만큼 동국제약이 돈을 받거나 동국생명과학 주식을 받게 된다.

라이프밸류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덕에 자금을 회수하거나 지분율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셈이다. 이번 IPO에서 동국생명과학은 100% 신주 모집 형태로 진행한다.

◇'오랜 인연' 동국제약 오너-디티알파트너스 구심점 '여병민'

라이프밸류업을 운용하는 무한책임사원(GP) 디티알파트너스도 오랜 기간 동국제약과 교류해 온 곳이다. 디티알파트너스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인 가운데 네오위즈파트너스(전 네오플라이)가 지분 42.17%를 보유했다는 점 정도만 알려져 있다. 작년 네오위즈파트너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티알파트너스에 대한 지분 전액은 손상 처리됐다.

동국제약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한 곳이 베일에 가려진 디티알파트너스라는 건 흥미로운 지점이다. 동국제약은 2018년 1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이는 디티알파트너스가 조성한 펀드인 디티알헬스케어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전량 인수했다. 이후 동국헬스케어홀딩스가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RCPS는 창업주 2세 권기범 회장 지배력 확보의 원천이 됐다.

특히 동국제약은 디티알파트너스가 결성한 펀드에 출자하면서 투자 파트너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동국제약은 디티알파트너스가 2017년에 59억원 규모로 결성한 디티알비전 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 24.8%를 확보했다. 해당 펀드는 동국제약이 투자한 콘택트렌즈 제조사 디케이메디비전의 지분도 들고 있다.

양사는 임원을 공유하는 등 서로의 역량을 섞는 작업에도 적극적이었다. 디티알파트너스에 재직했던 여병민 전무는 과거 동국제약은 물론 동국생명과학 이사회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LB인베스트먼트, 삼성증권, 베인앤컴퍼니, AT커니 등을 거친 인물로 권 회장이 투자 조언 및 고문을 맡길 정도로 신임했다는 후문이다.

베일에 싸인 회사가 20%대 지분을 가진 2대주주로 올라선 상황에서 해당 회사가 오너일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거래소가 상장 심사 시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를 한층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라이프밸류업의 미공개 정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동국생명과학이 2020년 발행한 RCPS는 전량 보통주로 전환됐다"면서 "투자자에 대한 정보 관련해선 말할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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