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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IB 인력' 영입한 동국제약, 금융투자 늘었다

작년 박희재 부사장·정문환 전무 채용,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 730억으로

최은진 기자  2022-12-21 15:57:18
지난해 말 증권사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임원을 영입한 동국제약이 금융투자를 대폭 늘렸다. 특히 펀드투자가 52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1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동국제약이 공시한 2022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취득원가 기준 금융자산 투자규모는 총 730억원이다. 작년 말 500억원과 비교하면 230억원 늘었다. 동국제약은 수년째 꾸준히 금융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8년 173억원에 불과했던 금융자산 투자규모가 현재 4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동국제약은 상장주식 투자를 대폭 늘렸다. 상장주식 투자금액은 25억원으로 전년도 3억3000만원과 비교해 8배 증가했다. 환인제약을 비롯해 미래에셋벤처투자·와이제이엠게임즈·티에스넥스젠 등의 종목을 신규로 취득했다. 작년 2분기부터 투자한 일동제약은 전량 매도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채권투자도 83억원에서 121억원으로 커졌다. 부동산 시행사 브이아이플래닝이란 회사의 채권을 40억원 규모로 매입한 결과다. 반면 넥스모스·한창·한주케미칼·아이디에셋 채권은 매도하거나 상환했다.

펀드투자 금액은 523억원으로 전년도 348억원과 비교해 200억원가량 확대됐다. '한국투자삼성그룹증권자투자1호(주식)-A'에 20억원, '에임오퍼스헬스케어그로쓰캐피탈사모투자합자회사'에 5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는 코리안리재보험신종자본증권 등 채권형 펀드에 자금을 집행했다.

유일하게 비상장주식 투자규모만 66억원에서 6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밀키트 개발 벤처기업 마이셰프에 투자한 5억원을 회수했다.

동국제약이 금융자산 투자를 늘린 건 지난해 말 영입한 CFO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작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CFO라는 보직을 신설하고 박희재 부사장을 영입했다. 박 부사장은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금융 컨설팅, 기업자금조달 본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주로 IPO 시장에서 활약한 IB맨으로 통한다.

같은 시기 전략기획실장으로 정문환 전무도 영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박 부사장과 함께 미래에셋증권에서 IPO를 담당했다.

금융전문가인 두 인력을 통해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의 IPO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풀이됐다. 동국제약은 9월 말 별도기준 1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안정적으로 500억원의 순이익이 창출돼 현금이 쌓인다.

그간 현금성 자산을 제약·바이오 기업에 소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데 그쳤지만 금융전문가들이 지휘봉을 잡은 후 보다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전문적인 투자 등을 위해 금융전문가를 작년 말 이례적으로 영입했다"며 "관련 투자는 박희재 부사장과 정문환 전무가 협업해서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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