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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글로벌 사업 확신' 휴젤, 주주환원에 곳간 먼저 풀었다

2019년부터 적극적 자기주식 확보+소각… 법률 리스크도 막바지 '지금이 최저점'

최은수 기자  2024-09-11 10:37:31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휴젤의 현금성자산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2017년 이후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중인데도 GS로 매각되기 전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로부터 약 4500억원을 수혈받기 이전 시점으로 유동성이 회귀했다.

휴젤의 현금성자산 감소는 글로벌 사업에 확신을 갖고서 자기주식을 사들이며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책을 폈기 때문이다. 올해 반기까지 약 1200억원을 자기주식 소각에 썼고 남아 있는 자기주식도 상당하다. 유동성에 영향을 주던 법률비용 리스크 역시 최종 국면에 다다랐다. 이제는 본격적인 반등이 기대된다.

◇실적 우상향에도 유동성 베인캐피탈 인수 시절로 회귀

휴젤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1308억원이다. 총차입금이 약 37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1000억원 안팎의 유동성을 보유 중이다. 이 기간 부채비율 또한 12.5%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재무 흐름을 보인다.


다만 재무와 유동성 추이를 가늠하기 위한 시야를 과거로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7년 5000억원을 웃돌던 휴젤의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순현금이 약 1000억원 대에 다다랐다. 휴젤의 순현금이 1000억원 대에 다다른 건 반기와 온기를 통틀어도 약 8년만이다.

휴젤은 의사 출신인 창업주 3인이 베인캐피탈에 경영권을 매각했고 2022년 다시 M&A를 통해 GS그룹에 합류했다. 앞서 2016년 경영권 양도 과정에서 베인캐피탈이 지불하는 인수대금의 절반 정도가 유상증자와 CB 인수를 통해 기존 대주주가 아닌 휴젤 내부로 유입됐다. 휴젤은 이때부터 풍부한 유동성과 현금창출력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당시 베인캐피탈과 거래 종결 후 휴젤의 현금성 자산은 약 5600억원으로 뛰었다. 베인캐피탈 체제 그리고 GS그룹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휴젤의 사업 성과와 수익성은 양호한 우상향 흐름을 보인다. 사업 성과만으론 2010년 후반 이후의 현금 감소 추이를 이해하기 어렵단 뜻이다.

세부적으로 휴젤의 매출액은 연평균 2000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다만 20% 후반의 매출액 대비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을 기록해왔고 이 수익성 추세 역시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꾸준하게 상당한 현금흐름을 창출해 왔다.

◇적극적인 자기주식 소각+법률비용 지출에 영향

휴젤의 유동성 감소세는 2019년 이후 시작된 자기주식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전략과 관련이 있다. 휴젤은 그간 배당 대신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 자기주식을 활용해 왔다. 2019년 이후 총 384만여주의 자기주식을 매입했다.

이 가운데 약 60만여주는 이미 소각을 마쳤다. 이 규모만 약 1200억원이다. 휴젤의 유동성이 감소세로 전환한 시기도 앞서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 나선 시기와 일치한다.


마침 2019년은 휴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앞뒀던 시기다. 휴젤이 그간 기천억원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소각에 나설 수 있었던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2020년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중국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휴젤의 보툴렉스는 올해 3월엔 대웅제약의 나보타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었다.

세부적으로 유동성 감소에 영향을 주던 법률비용 리스크도 올해들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국내 경쟁사 메디톡스 측이 제기했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은 이제 본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의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 조사에서 휴젤의 위반 사실이 없다는 예비판결을 받았다.

단심제로 결정되는 ITC 소송은 예비판결 이후론 특별히 지출해야 하는 법률 비용이 없다. 업계선 이에 따라 이미 올해 5월부터 휴젤이 현지에 법률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휴젤은 메디톡스와의 소송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법률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급수수료가 크게 늘었다. 2021년 220억원 수준이던 지급수수료는 이듬해 392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2023년에는 416억원이었다. 예비판결을 앞뒀던 올해 1분기까지는 판관비의 3분의 1가량인 107억원을 지급수수료로 지출했다.

휴젤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환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소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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