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업계 1위의 공고한 시장 지위만큼이나 역대 대표이사들 역시 확고한 입지를 지키며 '장수'했다. 2007년 출범한 이후로 지금까지 17년 동안 단 4명만 대표이사를 거쳐갔다.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떠난 이도 없다. 영전하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끝낸 뒤 조용하게, 또 명예롭게 퇴장했다.
그간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 선임되던 관례는 지난해 깨졌다.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 신한카드 수장에 오른 문동권 대표가 전임자의 계보를 이어 장수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길고 평화롭게', 유독 장수 CEO 많은 신한카드
초대 이재우 전 대표부터 위성호 전 대표, 임영진 전 대표 모두에게는 장수 CEO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가장 큰 이유로는 탄탄한 시장 입지와 높은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오랜 시간 국내 카드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2007년 LG카드를 합병한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고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 이마저도 삼성카드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면서 순이익에 급증한 결과다. 사실상 17년 동안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황에 따른 부침이 없지는 않지만 실적 역시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해외 진출과 디지털 전환 등 시대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한 점 역시 전임들이 모두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문동권 현 대표를 제외하면 전임자 3명은 그림자처럼 똑같은 길을 밟았다. 신한은행 내부 출신이며 은행 부행장과 지주 부사장을 거쳤다.
이재우 전 대표는 LG카드와 신한카드 통합 당시인 2007년 10월부터 대표를 맡아 6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신한은행 창립 멤버다. 1982년 신한은행이 문을 열 때 합류해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 부사장을 거쳐 신한카드를 맡았다. 당시 고졸 출신으로 카드사 대표에 올라 '고졸 신화'로도 통했다.
위성호 전 대표는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신한금융 부사장과 신한은행 부행장을 거쳤다. 다음에 대표를 지낸 임영진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했고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 부사장을 지냈다.
위 전 대표와 임 전 대표의 경우 부행장 시절 WM그룹장을 지냈다는 공통점도 찾을 수 있다. 이 자리는 이창구 전 신한자산운용 대표도 거친 적이 있다. 계열사 대표를 3명이나 배출한 요직이다.
보통 은행계 카드사 대표들은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에서 카드사의 위상이나 이익 기여도가 그리 높지 않다보니 금융지주 부사장이나 은행 부행장이 '다음 자리'로 가기 전 잠깐 스쳐간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 카드사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2~3년에 그친다.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CEO가 여럿 있는 보험사 등과 대조적이다.
반면 신한카드는 예외다. 은행이나 지주 출신이 왔지만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다. 위성호 전 대표는 신한은행장에 오르며 회사를 떠났지만 이재우 전 대표와 임영진 전 대표는 신한카드 대표를 마지막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전임과 공통점 없는 문동권 대표
문동권 대표가 장수 CEO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문 대표는 전임들과의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다.
우선 신한카드의 첫 내부 출신 대표다. 카드업계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카드사업 전문가로 LG할부금융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경영관리, 전략, 기획 등을 두루 거쳤다.
1968년생으로 경쟁사 대표들은 물론 전임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기도 하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1965년생이며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와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는 모두 1964년생이다. 임영진 전 대표와 비교해도 이른 나이에 대표에 올랐다. 현재 신한카드 부사장, 그룹장 대부분이 문 대표와 나이가 같거나 많다.
전임과 달리 CFO를 지낸 경험이 있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위성호 전 대표는 전략통, 임영진 전 대표는 영업통으로 분류됐다. 신한카드뿐만 아니라 카드업계를 통틀어서도 재무 쪽 인사가 대표에 오르는 일은 흔치 않다. KB국민카드는 전략통,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영업통이 대표를 맡고 있다.
문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선임 당시 임기 2년을 부여받았다. 임직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한카드는 문 대표 취임 첫해인 지난해 순이익 621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6763억원, 2022년 6446억원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