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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젠, 계열사 지분 5% 매각…'허셉틴 임상' 힘준다

허셉틴 시밀러 7월부터 글로벌 임상 개시, 추가 600억 필요

김형석 기자  2024-08-22 08:27:09
에이프로젠이 주력 계열사인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식 5%를 100억원에 매각했다. 이달 초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율을 높인지 19일 만이다. 해당 주식의 장부금액이 500억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저가 매각인 셈이다.

낮은 금액에 주력 계열사의 지분 매각에 나선 건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글로벌 임상 3상이 본격화하면서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주식 장부가 5분의 1 매각

에이프로젠은 최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식 1052만5263주를 100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방법과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주당 매각가격은 950원이다. 주당 매각가격은 재무제표상 장부가의 5분의 1 수준이다. 에이프로젠이 재무제표에 기재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당 가격은 4828원이다.


매각가격과 장부가가격의 격차가 큰 데에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가하락 영향이 컸다. 2020년 한 때 2만원 선을 넘었던 주가는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달 9일에는 955원을 기록하며 10년 내 최저치를 경신했다.

낮은 수준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이달 초 진행한 유증 효과도 반감됐다. 에이프로젠은 1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구주주 유증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출자액은 300억원, 확보한 신주는 3303만9648주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유증으로 확보한 주식의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허셉틴 시밀러 글로벌 임상에 900억원 이상 자금 필요

에이프로젠이 장부가 5분의 1 수준에 주력 계열사의 지분 매각에 나설 만큼 자금 확보에 서두른 건 임상 때문이다. 에이프로젠은 HER2 양성 유방암 항암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AP063'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 15개국에서 720명의 수술 가능한 유방암 환자가 대상이다.

해당 임상에 필요한 자금은 932억원이다. 에이프로젠이 글로벌 CRO 시네오스(Syneos)와 유통업체 카탈란트(Catalent) 등과 협의를 통해 추산한 금액이다.


지난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부터 상환받은 대여금 308억원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500억원 이상이다. 허셉틴 시밀러 외에도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AP056'과 건선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AP096'의 임상 1·3상을 준비 중이다.

에이프로젠은 자체 보유 자금으로는 임상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6월 말 기준 별도재무제표 상 에이프로젠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9억원이다.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3억원 순유출했다. 올해 상반기 에이프로젠은 1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손실은 397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매매 시세 차익으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은 임상 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조달 없이는 진행중인 임상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현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장부가와의 괴리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지분 매각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각 금액 일부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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