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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

에이프로젠바이오, 1년 만에 CB 재발행…조달금리 1% 낮춘다

모회사 CB 조기 상환…20억원 규모 자금 절감 효과

김형석 기자  2024-07-08 08: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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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올해만 1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1년 만에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추가로 발행한다. 지난해 4월 발행한 CB의 조기 상환이 목적이다. 과거보다 낮은 금리로 신규 CB를 발행해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400억 CB 발행 작년 발행 CB 조기 상환 목적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4일 이사회를 열고 400억원 규모의 CB(16회차) 발행을 의결했다. 납입일은 7월 17일이며 만기는 5년이다.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은 3813만1553주다. 발행 CB 전액은 최대주주인 에이프로젠이 맡는다.

특이점은 조달자금의 구체적 사용 목적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는 지난해 4월 발행한 14회차 CB를 만기 전에 상환하는데 조달한 자금을 모두 사용한다고 밝혔다. 해당 CB의 만기는 2028년 4월 14일이다. 역시 에이프로젠이 전액 투자했다. 결국 1년 전 최대주주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상환을 위해 최대주주에게 같은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는 셈이다.

차이점은 있다. 14회차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6%다. 이번에 발행한 16차 CB보다 1%포인트 높다. 이번 CB 발행을 통한 차환으로 조달 금리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 400억원 규모의 이자를 5년간 1%포인트 감축했을때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은 20억원 수준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CB 발행은 급하게 추진됐다"면서도 "작년 발행한 CB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이프로젠제약 합병 후 지속된 자금 유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조달금리 감축에 집중하는 것은 재무부담 탓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및 바이오신약을 생산하는 회사다. 2022년 12월에는 합성의약품의 제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에이프로젠제약을 흡수합병했다.

그러나 흡수 합병 과정에서 판관비가 증가하며 비용부담은 더욱 커졌다.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위한 인력과 조직을 승계하고 생산 시설을 확보한 영향이다. 2021년 24억원 수준이던 R&D 비용은 지난해 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53억원 R&D 비용을 지출했다.

재무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1722억원으로 1년 새 25.88% 급증했다. 현금성 자산은 30.41% 감소한 39억원에 불과했다.

◇올해만 1157억 조달…모회사 임상자금에 자금 투입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뒤에는 최대주주인 에이프로젠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있다. 에이프로젠 입장에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핵심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해선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책임지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6월 27일 55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발행가액이 하락하면서 당초 목표치인 724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형태로 진행된 이번 유증에서 최대주주인 에이프로젠이 절반 이상인 368억원을 책임졌다.

이어 8월과 9월에 잇달아 총 600억원의 유증이 예정돼 있다. 유증에 따른 신주는 최대주주가 모두 맡는다.

세차례의 유증이 마무리되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총 1157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연초 밝힌 1172억원의 유증 발행 목표와 유사하다.

실제 조달자금 중 일부는 모회사의 바이오시밀러 임상에 투입됐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6월 유증에서 조달한 자금 중 308억원을 모회사 대여금을 상환하는 데 활용했다. 모회사인 에이프로젠은 상환받은 자금을 HER2 양성 유방암 항암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AP063'의 글로벌 임상 3상에 투입한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수익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유증 참여를 통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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