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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매각 경험 한토신, 공모채 '재도전'…리테일 겨냥?

모집액 600억, 희망금리밴드 상단 '+70bp'에서 '+50bp'로 낮춰…KB증권 단독 주관

백승룡 기자  2024-08-08 16:03:44
올 초 공모채 시장에서 미매각에 처했던 한국토지신탁이 반년 만에 재차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한국토지신탁은 비우호적인 투심을 고려해 발행액을 줄이면서도 금리밴드 상단은 오히려 올 초 대비 낮춰 잡았다.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 투심이 ‘옥석 가리기’ 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토지신탁이 완판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반년만에 공모조달…부동산 관련 업종 투심은 '선별적 투자' 기조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이달 20일 수요예측을 거쳐 총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 300억원, 3년물 300억원으로 구성됐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5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발행일은 이달 28일이다.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이다. KB증권이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다.

한국토지신탁이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올해 2월 이후 반년 만이다. 당시 한국토지신탁은 2년물 700억원, 3년물 300억원 등 1000억원 모집에 나서 3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아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후 한국자산신탁(A0)도 4월 공모채 시장을 찾아 1000억원 규모 발행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모인 투자수요는 670억원에 그쳤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올해 내내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건설사·신탁사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있는 업종은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DL이앤씨(AA-)와 SK에코플랜트(A-)가 수요예측에서 각각 8050억원, 1조40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모으고 롯데건설(A+)이 완판에 실패하는 등 기관의 옥석 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총선 직후부터 부동산 PF 부실 정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있었지만, 몇 달째 잠잠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경계감도 다소 낮아진 것 같다”며 “회사채 금리가 3~4%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보니 5~6%대 건설채 금리에 눈이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채 투심이 전반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고, 신용등급이나 그룹 지원여력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투심이 갈리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금리밴드 상단 낮춘 것은 부담…사실상 리테일 겨냥

한국토지신탁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발행액을 6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월 발행액(1000억원) 대비 큰 폭 낮췄다. 이달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500억원에 더해 연말 만기 예정인 기업어음(CP) 100억원 등 연내 만기도래 차입금 규모만큼만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금리밴드 상단을 지난 2월보다 오히려 낮춘 것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번 발행 당시 금리밴드 상단을 개별민평금리보다 70bp 높이고도 미매각이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50bp만 더한 수준에서 금리밴드 상단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토지신탁의 개별민평금리는 2년물 5.84%, 3년물 6.15%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금리 상단은 2년물 6.3%, 3년물 6.6% 정도가 될 전망이다. 한국토지신탁의 지난 2월 최종 발행금리가 2년물 7.057%, 3년물 7.402%였던 것과 비교하면 만기별로 70bp 안팎 낮아지는 셈이다.

이번 주관업무를 맡은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시장금리가 큰 폭 낮아진 만큼 한국토지신탁의 가산금리도 줄어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6%대 금리는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리테일에서 충분히 소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미매각이 발생한 회사채도 다소 시일이 걸리긴 했지만 모두 셀다운 돼 증권사에서 들고 있는 물량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021년부터 이번 발행까지 줄곧 KB증권 단독 대표주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3년 사이 KB증권 내 한국토지신탁 커버리지도 기업금융2부에서 기업금융3부로 옮겨가고 담당 부서장도 수 차례 바꼈지만 KB증권과의 파트너십은 끈끈하게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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