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경보제약, 성장 한계 돌파…지분투자·기업인수 신사업 찾기

바이오텍 파로스젠과 협업 관계 강화…M&A에도 적극적

정새임 기자  2023-10-16 07:45:39
종근당그룹 원료의약품 제조사 경보제약이 새 먹거리 확보에 한창이다. 바이오텍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지분투자, 나아가 신사업을 위한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본사업인 원료의약품 제조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모습이다.

◇파로스젠과 손잡고 항암신약 개발 뛰어들어…기업 인수도 검토

경보제약이 2년 만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5월 비상장사 파로스젠 지분 2만1772주를 20억원에 취득했다.

파로스젠은 2014년 세워진 항암제 개발 기업이다. 서울아산병원 두경부암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상윤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최대주주로 있다. '펩타이드약물접합체(PDC)'라는 신기술을 적용한 항암 신약 'MPD-1'을 개발한다.

경보제약과 파로스젠은 지난해 5월 첫 손을 잡았다. 파로스젠의 MPD-1 임상 시료를 경보제약이 생산하는 계약을 맺으면서다. 파로스젠은 경보제약 생산 시료를 활용해 1상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내년께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경보제약과는 완제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도 협의 중이다.


올해는 단순 계약을 넘어 전략적 투자로 관계가 확장됐다. 양사의 협업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파로스젠의 연구개발 기술과 경보제약의 공정개선능력 및 생산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DC인 MPD-1 외에도 양사는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도펠을 표적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에서 협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경보제약은 기업 인수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폐화학물처리·재활용 전문 기업 세명테크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비록 매도 측과의 가격갭으로 최종 인수가 결렬됐지만, 인수전에서의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 의지가 매우 높았다고 전해진다.

세명테크는 화학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구연산, 폐황산 등을 처리하고 수거해 재활용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작년 매출 약 200억원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40%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꼽혔다.

세명테크 이전에도 다른 제조기업 인수전에 경보제약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중국·인도산 침투에 원료사업 한계…새 먹거리 찾아나선 경보제약

경보제약은 그간 원료의약품 제조로 안정적인 실적을 쌓아왔다. 하지만 더 큰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코로나19는 경보제약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주력 품목인 세파계 원료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2020년 541억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 376억원으로 줄었다. 해외 파트너사와의 수출 거래가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1년 만에 매출을 늘리고 영업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보제약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일본에 저렴한 중국산·인도산 원료 진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위협 요인이다.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수출국을 넓히거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새로운 원료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같은 종근당그룹 내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종근당바이오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을 새 먹거리로 점찍었다. 반면 경보제약은 성장 동력이 높다고 볼만한 신사업이 마땅이 없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보제약이 세명테크 인수를 점찍은 건 눈여겨 볼 대목이다. 폐화학물 처리 사업은 정부 인허가를 받아야 해 진입장볍이 높고, 반도체 등 폐황산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경보제약이 생산하는 원료의약품 역시 화학물이라는 점에서 두 사업의 연결고리가 생긴다.

파로스젠을 통해서는 신약 개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보제약은 완제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모두 제네릭 혹은 개량신약이다. 신약 개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파로스젠은 좋은 파트너가 된다. 파로스젠이 개발하는 신약이 현재 글로벌에서 개발 열기가 높아지는 ADC, PDC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경보제약 관계자는 "추가 전략적 투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하겠지만 향후 ADC를 개발할 경우 경보제약이 파트너로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