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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찬스' 잡은 DXVX, 주가부진 탈출 키워드 '비만'

1년간 하락 후 최근 상승 움직임…기술력 입증 통한 신뢰 확보 관건

정새임 기자  2024-08-08 08:30:5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DXVX는 5일 '블랙 먼데이' 폭락장에서 준수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다음날 코스닥 시장이 급반등 하자 상한가로 치솟았죠. 7일에는 상승 힘이 주춤했지만 최근 주가가 상승세라는 점은 분명하죠.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던 DXVX입니다. 꽤 긴 시간 하락세가 이어졌죠. DXVX는 지난해 3월 28일 거래가 재개된 뒤 잠깐 반등하다 작년 6월부터 하락 흐름을 보였는데요. 중간중간 반짝 상승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줄곧 주가가 우하향 했습니다.

DXVX의 52주 최고가는 6863원, 최저가는 1639원입니다. 최고가는 1년 전, 최저가는 지난달 기록입니다. 1년 새 주가가 최대 76% 떨어진 셈이죠.


7월을 기점으로 흐름이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7월 중순까지 1000원대에 머물렀던 DXVX는 18일과 19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가더니 3일째에도 15% 상승해 장을 마감했죠.

급격한 상승 탓에 25일 13%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하락폭보다 상승폭이 커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7월 말 3000원대로 회복한 DXVX는 7일 장중 4000원선을 돌파했습니다. 7일 종가는 4000원에 조금 못미치는 3910원이었습니다.

7000원 안팎이던 주가가 1000원대까지 떨어지며 저점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일 수도 있고 호재성 소식이 연이어 나온 영향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DXVX는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핫한 주제로 떠오른 비만치료제 열풍에 올라탔는데요.

이 소식은 7월 상승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비만치료제 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보도자료가 발표된 날 DXVX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Industry & Event

DXVX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주가를 붙잡았던 주요 이벤트는 유상증자 였습니다. DXVS 올해 5월부터 약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데요. 본래 7월 중순 청약을 받고 8월 초 신주를 상장하려던 일정이 중도에 밀려 9월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유증의 목적은 채무상환과 연구개발비 마련입니다. 당초 계획은 채무상환자금으로 230억원, 연구개발비 등 운영자금으로 274억원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2650원이었죠.

500억 규모 유증 발표 후 주가가 끊임없이 내려간 탓에 1차 발행가액은 예정 발행가의 절반 수준인 1368억원으로 결정됐습니다. DXVX 입장에선 썩 좋지 못한 상황이죠. 자금조달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일단 운영자금 규모가 274억원에서 30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습니다. 유증 규모가 504억원에서 260억원으로 반토막 났는데 채무상환자금은 조정할 수 없으므로 운영자금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되면 유증을 진행해도 DXVX는 신약연구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남지 않습니다. 또 다시 유증을 하거나 전환사채 등 메자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고민해야 하죠. 두 방법 모두 주가가 바닥인 상태에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아직 청약일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이죠. 보통 발행가액은 1차와 2차 가격 중 낮은 가액으로 결정되지만 규정상 추가로 고려해야 할 조항이 있는데요. '1·2차를 통해 결정된 확정 발행가액이 구주주 청약 초일 전 과거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40%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 가액보다 낮은 경우엔 후자로 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1·2차를 거쳐 확정된 발행가액이 1000원인 상태에서 구주주 청약일이 가까워졌을 무렵 주가가 상승해 청약일 전 3~5거래일 가중산술평균주가가 3000원이 됐다고 가정해봅시다. 3000원에서 40%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 가액(1800원)이 기존 발행가액(1000원)보다 더 높아 최종 확정 발행가액은 1800원이 됩니다.

DXVX의 구주주 청약 시작일은 9월 5일입니다. 따라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의 주가에 따라 DXVX의 자금조달 규모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Market View

최근의 주가 반등세는 DXVX에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찬스를 잡은 셈이니 이 흐름을 이어갈 지가 관건인데요.

일각에서는 상승세가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호재성 소식에 반짝 오르고 금세 추락했던 사례가 몇 번 있었기 때문이죠. 이는 DXVX에 대한 신뢰도와 연결됩니다.

현재 DXVX 주가를 뒷받침하는 건 혁신 신약 기대감이지만 기술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오랜 기간 주사업은 진단이었고 그마저도 사업 능력을 입증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연매출은 100억원을 넘지 못했으며 영업적자가 이어지기 일쑤였죠.

2021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장남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로 오른 후 진단부문이 축소되고 신약 개발이 본격화 됐습니다. 독감 백신과 mRNA 백신, 항암 신약,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비만 치료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후보 물질을 개발 중입니다.

모두 전임상 단계인데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은 없습니다. 수 십가지 메뉴를 늘어놓았는데 요리 실력은 베일에 쌓여있는 상태와 같죠. 신약 개발 벤처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연구의 대가가 있다거나 원천기술이 있다고 선뜻 주머니를 열지 않죠. DXVX에 대해서도 기술력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Keyman & Comments

DXVX가 과거의 주가를 되찾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연구개발 능력을 검증하는 건 필수 과제가 됐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DXVX는 공격적으로 전문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DXVX를 이끌어가는 핵심 두 인물이 있습니다. 이용구·권규찬 각자대표죠. 이 대표는 DXVX의 현재, 권 대표는 DXVX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DXVX 이용구(좌)·권규찬(우) 각자 대표이사

이 대표는 영업과 경영관리를 총괄합니다. 돈을 벌고 이익을 남겨 회사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죠. 권 대표는 R&D를 이끄는 인물입니다. DXVX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제품과 신약 개발을 담당합니다.

두 대표는 최대주주 임종윤 사장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시절부터 맺어왔던 인연이 DXVX로 이어진 것이죠.

두 각자대표 하에서 활발한 인재풀 확보가 진행됐는데요. 작년과 올해 DXVX가 영입한 임원급 외부인력만 무려 20명에 달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백신, 치료제 연구개발 전문가 심성녀 부사장을 제품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이로써 두 대표이사와 사장 아래 5명 부사장 체제가 됐죠.

이 외에도 영업과 경영파트에서 전무 2명, 상무 2명, 이사 8명을 새로 들이고 연구 및 임상 파트에서 전무 1명, 상무 2명, 이사 4명을 충원했습니다. 전염병 분야 전문가도 고문으로 영입했습니다.

그동안 DXVX에는 '한미 오너가 회사'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었고 지금도 'DXVX=임종윤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물론 임종윤 사장이 DXVX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는 DXVX 내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있지 않는데다 전문경영인이 다수 포진한 상황에서 이같은 꼬리표가 DXVX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순 없습니다.

거꾸로 보면 아직 DXVX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DXVX의 특화된 기술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력은 충분히 갖춰졌습니다. 영진약품, 지엘팜텍 등 국내외 제약사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으로 시너지 창출도 가능해졌습니다. 자금여력이 충분하진 않지만 DXVX가 잠재력을 입증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된 겁니다. 더 이상 메뉴판이 아닌 요리를 보여줄 수 있는 DXVX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직 유증이 진행 중인 터라 DXVX 측은 주가흐름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를 피했습니다. 자칫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단계죠. 다만 하반기 연구개발과 관련한 여러 모멘텀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IR 관계자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나 mRNA 항암백신 등의 전임상 결과와 물질특허 출원 등 진전된 개발 소식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외부에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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