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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중동 테마' HVM, 폭락장서 나홀로 급등

고객사 중 이스라엘 방산업체 납품 이력 '부각'

성상우 기자  2024-08-07 15:42:5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역대급 폭락장에서 에이치브이엠(HVM)은 홀로 살아남은 모습입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코스닥 지수가 11.30%포인트 빠진 지난 5일 에이치브이엠은 오히려 13% 가까이 올랐죠. 이날은 코스닥 종목 전체 1700여개 가운데 1500개가 전일 대비 하락을 기록한 날입니다. 하락한 종목들의 하락폭은 대부분 10~20%대였습니다. 그야말로 ‘블랙 먼데이’였죠.

코스닥 상장 후 한 달째 주가 부진을 겪고 있던 에이치브이엠에게 블랙 먼데이는 오히려 반등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지난 2일 7.8% 상승으로 반등의 서막을 알린 이후 5일과 6일 각각 13%, 10%의 전일 대비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1만1000원선이었던 주가는 어느새 1만5000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5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죠.


에이치브이엠의 상장 직후 주가 부진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하반기의 시작인 7월 들어서자마자 기술특례 종목들에 대한 투심이 공모 과정에서부터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8일 코스닥에 상장한 에이치브이엠은 상장 후 며칠 사이 변해버린 시장 분위기를 별 수 없이 그대로 주가로 받아들여야했죠.

오버행 우려도 상장 초반 주가 흐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게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기술특례 종목이 상장 직후 겪는 전형적인 주가의 궤적이기도 합니다. 회사 측에서 하락폭 최소화를 위해 어느 정도 대응을 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시장 전체에 대한 투심 냉각을 이겨내는 건 역부족이었던 듯합니다.

그러다 8월 들어 시작된 반등세는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Exit)를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1개월 보호예수가 해제된 시점에 물량을 미처 팔지 못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지난 5일을 전후로 보유지분 상당량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날 급등이 없었다면 주가 측면에서 치명적인 추가 하락을 겪을 수 있었지만 물량 출회에도 오히려 상승세로 장을 마감할 수 있었죠.

◇Industry & Event

에이치브이엠은 지난 2003년 설립된 첨단금속 제조기업입니다. 정확히는 고순도 금속, 스퍼터링 타겟, Ni계·Ti계 특수금속을 제조하는 곳이죠. 창업 당시엔 고청정 진공용해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진공유도용해로(VIM)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진공 아크 재용해 (VAR), 플라즈마 아크 용해(PACHM), 전자빔 용해(EBCHM) 등의 최첨단 진공용해 설비를 자체 제작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엔 지난 6월 상장했습니다. 기술특례 트랙을 밟아 22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죠. 극한 환경에서도 내구성을 갖춘 고순도·고강도 첨단금속 제조 기술로 기술평가 기관의 호평을 받아냈습니다. 실제로 해당 금속들은 우주 발사체와 항공용 터빈엔진, 반도체용 고순도 스퍼터링 타겟, 방산 분야의 글로벌 기업에 공급돼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폭락장 속에서 에이치브이엠이 오히려 급등세를 누릴 수 있었던 건 고객사 레퍼런스 덕분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에이치브이엠이 '스페이스X'로 추정되는 미국 대형 우주·항공업체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대형 항공·방산업체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공모 당시부터 시장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방산업체를 고객사로 갖고 있다는 점이 최근 전쟁 위기로 치닫고 있는 중동 정세와 맞물려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방위산업 관련 종목들에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건 호재로 받아들여집니다. 국내에서도 '북한의 대남 도발' 같은 이슈가 불거지면 방산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듯 말입니다.

에이치브이엠이 공모 당시 제출한 투자설명서엔 회사 측이 이스라엘 소재 방산회사 등 다양한 국가의 여러 전방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항공방산업체인 R사에 Fe계 첨단금속을 초도 납품한 이후 지속적인 수주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돼 있죠.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내용을 종합하면 이스라엘 소재 벤더사를 통해 R사에 최종 납품하는 구조로 보입니다.

회사 측은 해당 이스라엘 방산업체가 어딘지 구체적인 사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방위산업 현황을 들여다보면 최대 방산업체인 ‘IAI(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을 필두로 ‘엘빗시스템즈(Elbit Systems)’와 ‘RAFAEL(라파엘)’이 3대축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구도입니다. 투자설명세 기재된 ‘R사’가 이스라엘 3대 방산업체 중 하나인 'RAFAEL(라파엘)’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죠.

◇Market View

시장에서도 에이치브이엠이 갖고 있는 주요 고객사 네트워크에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상장 당시 발간한 보고서에 KAI(한국항공우주)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nde-AMT, 미국 민간발사체 기업 A사 등을 열거해놨습니다.

SK증권도 상장 당시 보고서에 "(HVM은)나로호, 누리호 개발 사업에 참여한 바 있고 미국의 최대 민간 발사체 기업에 이미 소재를 납품 중"이라며 "발사체 신설을 계획 중인 각국 정부, 경쟁 민간사에도 특수 소재 납품이 기대된다"고 언급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더벨은 이날 김종권 에이치브이엠 경영지원부문 상무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올해 초 영입된 인물이죠. 빅텔레시스, 제노코, 케이엠아이텍 등을 거쳤습니다. 주로 경영관리·지원 부문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모습입니다. 에이치브이엠에서도 재무파트와 IR을 비롯해 경영관리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김 상무는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 "중동 정세와 관련해 방산 테마로 묶인 것 같다"면서도 주가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 소재 고객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중동 정세 변동에 따라 회사의 납품 규모가 실시간으로 변화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테마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구체적인 공급 품목이나 물량, 엔드유저에 대한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주주 물량 출회에 대해서도 그는 "보호예수 해제 이후 최근 며칠 새 물량 출회가 어느 정도 이뤄지지 않았나 보고있다"면서도 "정확한 내역은 추후 공시 등을 확인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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