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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강등' 이마트, 창립 이래 첫 사모채 발행

7년물 500억원 조달…금리 연 3.899%

백승룡 기자  2024-08-05 16:32:33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사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그간 우량한 신용등급을 앞세워 공모채 발행을 선호해왔지만,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강등에 처하면서 자금조달 방식에 변화를 준 모습이다.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건설 지원 부담, SSG닷컴(쓱닷컴) 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산적한 탓에 공모조달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부정적' 아웃룩에 달라진 투심…신용등급 하락에 조달전략 변화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5일 5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한다. 만기는 7년, 금리는 연 3.899%로 정해졌다. 주관업무는 신영증권이 맡았다. 이마트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이마트는 국내 1위 대형마트로,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율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마트의 자금조달 방식이다. 이마트가 국내 사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1년 신세계 대형마트 부문의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된 이후 총 26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해 왔는데, 전부 공모채 방식을 택했다. 내수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토대로 AA급 우량 신용도를 보유해 기관투자가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덕분이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공모채 시장을 찾아 총 8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투자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올 초 공모채 수요예측 투자수요는 4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종 발행금리도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대비 19~30bp(1bp=0.01%포인트) 높게 결정되는 등 투심이 돌아선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 올해 3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0에서 AA-로 하향조정하자, 마침내 이마트의 오랜 ‘공모채 선호’ 기조도 깨진 것이다. 사모채는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만 확보되면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수요예측이 면제된다. 통상 크레딧 리스크 등으로 인해 수요예측 미매각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사모채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다.

이마트의 신용도 하방압력이 강해진 것은 쇼핑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온·오프라인 경쟁력이 모두 저하된 영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인가구 증가, 근거리·소량구매 패턴 확산 등으로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이 희석되고 있다”며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마켓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전략을 펼쳐왔지만 높은 경쟁강도 속에서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신세계건설 자금보충, 쓱닷컴 TRS 딜 영향도

이번 자금조달 목적은 차입금 상환이다. 이마트는 이달 11일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500억원 규모 사모조달에 더해 나머지 1200억원은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2조4000억원에 달해 상환여력은 충분하다.

다만 이마트가 꾸준히 공모시장을 찾아 리파이낸싱을 선호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마트의 실적 부진에 더해 신세계건설·쓱닷컴 등 계열회사들까지 이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자금조달 전략이 바뀐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신세계건설은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이마트의 자금보충이 현실화될 경우 재차 신용등급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마트는 쓱닷컴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쓱닷컴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30%(약 1조원)를 연내 제3자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실질적인 매수자를 찾기는 어려워,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액이 큰 만큼 다수 증권사가 TRS 계약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고려해 무리하게 시장성 조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 급한 쪽은 이마트인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TRS 딜을 받으려고 신세계그룹을 찾아가고 있어 이마트가 협상 테이블에선 우위에 있다”며 “만기도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증권사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자금대응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TRS 딜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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