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이 3차 매각에 실패했다. 매각 주체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청산의 가능성도 열어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 정리 시 소비자 보호 문제 등 넘어서야 할 절차가 복잡한 만큼 상황이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매각의 경우 당장은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3차례나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한 만큼 잦은 시도가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들여 상황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MG손보의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다. 실타래가 단단히 꼬인 모양새다.
◇수의계약 전환도 검토, 의사결정은 신중히 23일 예보에 따르면 MG손보의 미래와 관련해 매각과 청산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관계기관과 논의 중이다. 다만 청산보다는 매각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파악된다.
예보 관계자는 "일각에서 거론되는 청산 가능성은 말 그대로 원칙상 가능하다는 것일 뿐 청산을 전제로 MG손보의 처우를 논의한 바는 없다"며 "예보가 지금까지 20여개 보험사를 정리했지만 청산 방식으로 정리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공개매각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수의계약 전환도 검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계약법상 2번 이상 유찰된 정리 대상기업은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의 매각이 가능해진다. MG손보는 이미 3번의 유찰을 경험한 만큼 조건을 충족한다. 다만 국가계약법이 상시 매각 전환은 허용하지 않는 만큼 매각을 시도할 경우 시나리오는 공개매각과 수의계약 2가지로 제한될 전망이다.
앞서 19일 매각 주관사 삼성KPMG에 의해 진행된 MG손보 3차 매각의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이 결정됐다. 앞선 1, 2차 시도와 달리 예비입찰에 복수 원매자가 나타나 유효경쟁이 성립되면서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결국에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예보 측에서는 당장 결론을 내기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MG손보의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공개매각 재시도, 수의계약으로의 전환 매각, 청산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나 어느 하나 쉬운 길이 없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청산-매각 모두 리스크, 시간마저 '약 아닌 독' 먼저 청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모두 소멸시키고 예보가 보호한도인 5000만원 이내에서 소비자의 계약을 보전하면서 파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예보가 회수 불가능한 금액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다른 하나는 기존 MG손보의 계약들을 다른 손보사로 이전한 뒤 법인을 청산하는 것이다. 다만 MG손보의 보유계약이 과연 다른 손보사들에게도 매력적일지가 문제다. MG손보는 지난 10년 동안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보험부문에서 이익을 낸 해가 없다. 작년 보험이익 177억원조차 과거 연 1000억원 이상의 보험손실과 비교하면 크게 눈에 띄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매각 시도를 전제로 하는 옵션들의 경우 당장은 추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우선 앞서 3차례의 시도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만큼 잦은 매각 시도가 '악성 매물'이라는 낙인 효과로 돌아올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MG손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1분기 82.6%에서 올 1분기 52.1%까지 낮아져 있다. 보험업감독규정상 사업비 감축이나 자산 처분, 인력 및 조직 효율화 등 적기시정조치가 권고되는 기준인 100%를 하회한다.
심지어 경과조치를 제외할 시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올 1분기 42.7%까지 낮아진다. 임원진 교체나 일부 보험업의 정지, 매각이나 영업 양도 등의 시정조치가 요구되는 기준인 50%조차 넘지 못한다. MG손보는 정상화를 위한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시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관련해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와 금융위원회의 본안소송 2심 판결이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1심에서는 금융위가 승소한 만큼 예보 주도의 매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으나 판결이 뒤집한다면 MG손보의 미래와 관련한 칼자루는 JC파트너스가 쥐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예보로서는 섣불리 MG손보의 미래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은 9월 부실금융기관 지정 관련 판결이 나올 때까지 MG손보의 처우와 관련한 물밑 논의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